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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2026.10.01

마이크론, 고객 선수금 320억 달러로 2030년까지 계약

글쓴이오레놀 대덕2026.10.01
대만 타이중에 있는 마이크론 공장. 이미지: Thingreenline4546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대만 타이중에 있는 마이크론 공장. 이미지: Thingreenline4546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마이크론이 9월 30일 발표한 2026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542억 3,000만 달러로 1년 전의 4.8배가 됐습니다. 고객사들이 미리 맡긴 돈과 구매 약정은 320억 달러로 늘었고, 회사는 2027년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 대부분을 올해보다 크게 오른 가격에 이미 계약했다고 밝혔습니다.

분기 매출 542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87%

마이크론 실적 보도자료에 따르면 4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 414억 6,000만 달러보다 31% 늘었습니다. 회계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86.8%, 일회성 항목을 뺀 조정 기준으로는 87.0%였습니다. 100달러어치를 팔면 원가를 빼고 87달러가 남았다는 뜻입니다. 분기 순이익은 377억 달러였고, 연간 매출은 1,331억 9,000만 달러로 전년 373억 8,000만 달러의 3.6배가 됐습니다.

회사는 다음 분기(9~11월) 매출 전망을 615억 달러 ±15억 달러, 조정 매출총이익률을 86.25%로 제시했습니다. 실적 발표 통화 정리에 따르면 이번 매출은 시장 예상치 504억 5,000만 달러를 7% 넘었지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0.78% 내렸습니다.

마이크론 분기 매출. 자료: 마이크론 실적 보도자료
마이크론 분기 매출. 자료: 마이크론 실적 보도자료

매출을 끌어올린 것은 가격

4분기 매출 증가를 물량과 가격으로 나눠 보면 가격의 몫이 큽니다. 회사는 통화에서 D램 출하량이 전 분기보다 한 자릿수 중반 퍼센트 늘어난 반면 가격은 10%대 후반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낸드플래시는 출하량이 약 10%, 가격이 약 30% 올랐습니다. 공장에서 더 많이 만들어 판 효과보다 같은 칩을 더 비싸게 판 효과가 컸던 셈입니다.

가격이 오른 배경에는 공급 부족이 있습니다. AI 가속기 옆에 붙는 HBM은 일반 D램 칩을 여러 층 쌓아 만들기 때문에 같은 용량을 만드는 데 웨이퍼가 더 많이 들어갑니다. 메모리 회사들이 생산능력을 HBM 쪽으로 돌리면서 일반 D램과 낸드까지 모자라게 됐고, 마이크론은 2027·2028 회계연도의 수급이 올해보다 훨씬 빡빡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사업부별로는 데이터센터 두 곳의 매출이 전체의 63%를 차지했습니다.

마이크론 사업부별 4분기 매출. 자료: 마이크론 실적 보도자료
마이크론 사업부별 4분기 매출. 자료: 마이크론 실적 보도자료

선수금 320억 달러와 26건의 장기 계약

이번 발표에서 새로 드러난 것은 계약 방식입니다. 마이크론은 고객사와 전략적 공급 계약 26건을 맺었고, 고객이 약속한 금액이 320억 달러로 늘었으며 그 대부분이 현금 예치금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이 계약들이 2030년까지 매출의 35% 이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27 회계연도 생산분은 이미 75% 이상 구매자가 정해졌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오랫동안 몇 달 단위로 가격을 다시 정하는 상품이었습니다. 고객이 현금을 먼저 맡기고 몇 년 치 물량을 잡아 두면, 메이커는 그 돈으로 공장을 짓고 고객은 부족한 시기에도 물량을 확보합니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설비투자 자금의 일부를 고객이 대는 구조이고,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공급을 묶어 두는 장치입니다.

마이크론의 서버용 DDR5 메모리 모듈. 이미지: PantheraLeo1359531 / Wikimedia Commons (CC BY 4.0)
마이크론의 서버용 DDR5 메모리 모듈. 이미지: PantheraLeo1359531 / Wikimedia Commons (CC BY 4.0)

설비투자 급증과 공개되지 않은 조건

지출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7 회계연도 1분기 설비투자는 약 115억 달러, 상반기 합계는 약 250억 달러로 제시됐고 하반기에는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2026 회계연도 전체 순설비투자가 273억 7,000만 달러였으니 반년 동안 거의 한 해 치를 쓰게 됩니다. 회사는 장비보다 건물을 짓는 데 드는 돈의 증가율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통화에서 애널리스트들은 연 500억 달러 이상의 설비투자가 새 기준이 되는지, 2028년 이후 고객이 사양을 낮추거나 수요가 약해질 위험은 없는지를 물었습니다. 메모리 산업은 여러 회사의 증설이 한꺼번에 끝날 때마다 가격이 급락한 역사가 있습니다. 선수금 계약에서 고객이 물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다시 협상할 수 있는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관점

이번 실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메모리가 거래되는 방식의 변화입니다. 현금 320억 달러를 먼저 받고 2030년까지 이어지는 계약은 고객이 몇 년 뒤의 메모리를 지금 정한 조건으로 사 두는 선물 거래에 가깝고, 앤트로픽 상장 신고서에서 드러난 클라우드 장기 약정과 같은 방향입니다. 계약 비중이 커질수록 메모리 회사의 이익은 현물 가격보다 계약 가격을 따라 움직이게 되고, 시장이 같은 이익에 매기는 값도 달라질 여지가 생깁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같은 고객들에게 HBM을 공급한다는 점을 함께 볼 만합니다. 마이크론이 2027년 HBM 물량을 높은 가격에 이미 계약했다면 경쟁사의 협상도 비슷한 가격대에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두 회사의 선수금 규모와 계약 기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같은 구조가 국내 메모리 회사에도 자리 잡았는지는 앞으로 나올 실적 발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글 오레놀 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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