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05
돼지 신장으로 271일, 그다음 사람 신장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 신장을 이식받아 271일 동안 투석 없이 지낸 환자가 그 뒤 사람 신장을 받았습니다.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진이 9월 3일 의학지 랜싯에 경과를 실었습니다.
사례의 경과
환자는 뉴햄프셔에 사는 팀 앤드루스입니다. 이식 당시 66세였고, 2025년 1월 25일 보스턴의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받았습니다. 신장은 이식 직후부터 기능했고, 그때부터 그는 투석을 받지 않았습니다.
초기에 T세포가 일으키는 거부반응이 한 차례 있었고 치료로 가라앉았습니다. 감시 기간 동안 돼지에서 사람으로 넘어간 병원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이식 6개월 무렵입니다. 감염이 생겨 면역억제제를 줄였는데, 그 뒤 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되고 염증이 번지면서 기능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271일째에 신장을 떼어냈고, 그는 투석으로 돌아갔습니다.
몇 달 뒤인 2026년 1월, 앤드루스는 사망자 기증 신장을 이식받았습니다. 이 신장도 즉시 기능했고, 추적 관찰에서 감작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감작은 앞서 받은 장기 때문에 몸에 항체가 생겨 다음 이식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연구진과 이제네시스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이 대목이었습니다. 돼지 장기를 한 번 받고 나면 나중에 사람 장기를 못 받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이 분야에 오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네시스는 두 번째 환자인 빌 스튜어트도 사람 신장 이식으로 넘어갔다고 9월 3일 밝혔습니다. 스튜어트는 2025년 6월 14일 돼지 신장을 받았습니다.
앞선 최장 기록은 NYU랭곤에서 이식받은 토와나 루니의 130일이었습니다. 루니는 2025년 4월 거부반응으로 신장을 떼어내고 투석으로 돌아갔습니다.
돼지 신장에 무엇을 손댔는가
사람 몸에 돼지 장기를 그대로 넣으면 몇 분 안에 초급성 거부반응이 일어납니다. 돼지 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특정 당사슬을 사람 면역계가 곧바로 외부 물질로 인식해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네시스가 만든 신장 EGEN-2784는 이 당사슬 항원 세 종을 유전자 차원에서 없앴습니다.
여기에 사람 유전자 일곱 종을 넣었습니다. 면역 반응을 눌러 주고, 염증을 조절하고, 사람 혈액과 만났을 때 응고가 엉뚱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맞추는 역할입니다. 마지막으로 돼지 유전체 안에 박혀 있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껐습니다. 사람에게 옮겨갈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이고, 앤드루스의 감시 기간에 전파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편집 개수의 정확한 총계는 회사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앤드루스의 신장이 실패한 경위는 편집으로 풀리지 않는 부분을 보여 줍니다. 면역억제제를 세게 쓰면 거부반응은 막지만 감염에 약해지고, 줄이면 감염은 넘기지만 장기가 공격받습니다. 감염이 생긴 시점에 약을 줄인 판단이 미세혈관 손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종이식에서는 이 조절 폭이 사람 장기 이식보다 훨씬 좁습니다.
한계
이번에 공개된 것은 두 사람의 사례입니다. 경과는 다른 치료 수단이 마땅치 않은 환자에게 미승인 치료를 허용하는 확장접근 프로그램에서 나왔고, 무작위 배정도 대조군도 없습니다. 두 신장 모두 결국 떼어냈다는 점도 그대로 남습니다. 미 식품의약국은 2025년 9월 8일 EGEN-2784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고, 투석을 받고 있는 50세 이상 대기자를 대상으로 이식 24주 시점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는 시험이 예정돼 있습니다. 사례 보고를 낸 연구진의 소속 기관과 이제네시스는 임상을 함께 진행하는 관계입니다.
관점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유지 기간이 271일로 늘어난 것보다, 돼지 신장을 거친 뒤에도 사람 신장 이식이 문제없이 이뤄졌다는 확인입니다. 이종이식을 영구적인 장기 대체로 놓으면 면역억제 조절의 난이도가 그대로 벽이 되지만, 대기 기간 동안 투석을 면하게 해 주는 다리로 놓으면 요구 수준이 달라집니다. 레오나르도 리엘라 교수도 초기 쓰임새를 사람 신장을 기다리는 동안의 다리로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 같은 접근이 논의되려면 먼저 넘어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이종이식용 돼지는 병원체 관리 기준을 맞춘 전용 시설에서 길러야 하고, 그 시설과 검사 체계를 규제 당국이 승인해야 합니다. 국내에는 관련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식 승인 절차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대기자 수가 공여 장기를 크게 웃도는 사정은 한국도 미국과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