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10.06
중국 보유 ASML 노광기 343대, 전면 수출 금지 제안
미국 싱크탱크 기술·국정센터(Center for Technology & Statecraft, CTS)가 중국 반도체 공장들이 2026년 1분기까지 ASML의 액침 DUV 노광기 343대를 들여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보고서는 9월에 공개됐고 10월 3~5일 외신과 업계지가 잇달아 보도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 상무부 수출통제 업무를 맡았던 니콜라스 브라운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기술 담당 국장을 지낸 사이프 칸이 썼습니다(지난 자료·원공개 9월). 추정치를 모델별로 나누면 NXT:1980i가 약 270대로 가장 많고, NXT:2050i 약 22대, NXT:2100i 약 6대, 이전 모델 약 45대입니다. 집계 대상은 중국 기업이 소유한 공장입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2023년 9월 NXT:2000i 이후 모델에 수출 허가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2024년에는 NXT:1970i와 1980i까지 통제를 넓혔습니다. 다만 허가가 건별로 나오기 때문에 일부 물량은 계속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필요한 주변 장비가 갖춰지면 중국 공장의 NXT:1980i 한 대로 화웨이 어센드 910C에 해당하는 칩을 한 해 10만 개 넘게 만들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EUV 없이 7나노를 만드는 방식
노광기는 빛으로 웨이퍼 위에 회로 무늬를 그리는 장비입니다. 가장 미세한 회로는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EUV) 장비로 그리지만, 이 장비는 중국에 팔린 적이 없습니다. 액침 DUV는 더 긴 파장의 빛을 쓰되, 렌즈와 웨이퍼 사이를 물로 채워 더 가는 선을 그릴 수 있게 한 장비입니다.
여기에 같은 층을 여러 번 나눠 노광하는 멀티패터닝을 더하면 7나노급 회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공정 단계가 늘어 비용이 더 들고 수율도 떨어지지만, 장비 대수가 충분하면 물량으로 메울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중국이 해마다 NXT:1980i 90대를 들여올 경우 2035년 엔비디아 H100 환산 칩을 한 해 최대 4억 3,400만 개까지 만들 수 있다고 봤습니다.
2026년 기준으로는 격차가 큽니다. 보고서는 올해 미국과 동맹국의 AI 칩 생산량을 엔비디아 B300 환산 약 689만 개, 중국을 6만 2,000~16만 개로 추정했습니다. 약 50배 차이입니다.
판매에 이어 정비까지 막자는 제안
보고서의 권고는 네 가지입니다. 미국 외 제조사를 포함해 중국 전역으로 액침 DUV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의 선단 공정 공장에서 외국 인력이 이 장비를 정비하지 못하게 하며, 이미 들어간 장비가 다른 공장으로 옮겨지지 않도록 기술적 통제를 두고, 칼자이스의 광학계·엑시머 레이저·구동 센서 같은 부품도 통제하자는 내용입니다. 물을 쓰지 않는 건식 DUV는 대상에서 빠집니다. Bits&Chips는 이 제안이 미 의회에 계류 중인 MATCH 법안과 같은 방향이며 ASML과 일본 니콘이 주로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수출 금지에 따른 ASML의 단기 손실을 연간 10억~15억 달러의 중국 정비 매출, 2025년 매출의 3~4% 수준으로 추산했습니다. 판매 금지에 정비 제한까지 더한 것은 이미 들어간 343대를 되돌릴 방법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노광기는 정기적인 부품 교체와 보정이 필요해서, 정비가 끊기면 가동률과 수율이 떨어집니다.
보고서가 인정한 반론
제안을 낸 두 저자는 수출통제 정책을 다뤘던 전직 미국 관료이고, 보고서 자체가 특정 정책을 주장하는 문서입니다. 보유 대수도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입니다. 보고서는 중국이 7나노에 쓸 수 있는 액침 DUV를 스스로 상용화하는 시점을 2030년대 중반으로 보면서도, 역설계와 해외 기술자 영입, 자유전자레이저나 X선 같은 다른 노광 방식, 470억 달러 규모의 3기 반도체 펀드가 이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ASML의 전직 최고경영자가 중국이 빠져도 2030년 성장 목표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한 점도 함께 적었습니다.
실제 시행에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미국이 단독으로 외국 제조사의 수출을 막으려면 역외 적용 조항을 써야 하는데, 동맹국과의 마찰이 따릅니다.
관점
이번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통제의 초점이 장비 판매에서 정비와 부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설치된 장비가 수백 대에 이르면 수출 금지만으로는 생산능력이 줄지 않고, 누가 그 장비를 고칠 수 있느냐가 다음 쟁점이 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국 공장에서 ASML 장비를 쓰고 있습니다. 보고서의 집계는 중국 기업 소유 공장에 한정되지만, 정비 제한이 실제 규정으로 옮겨질 때 '중국의 선단 공정 공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 운영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글 오레놀 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