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10.04
텐센트, 동남아 오라클 데이터센터 AI 칩 10만 개 임차
중국 텐센트가 미국 오라클의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에 있는 고성능 AI 칩 약 10만 개를 5년 동안 빌려 쓰는 계약을 맺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미국은 중국 기업에 최신 칩을 파는 것을 막고 있지만, 해외에 설치된 칩을 원격으로 빌려 쓰는 것은 현행 수출통제 규정이 다루지 않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월 30일(미국 시간) 텐센트가 약 70억 달러 규모의 5년 임차 계약을 맺고 계약액의 약 30%를 선불로 냈다고 보도했습니다(지난 자료·원공개 09/30). 트렌드포스 정리에 따르면 칩은 동남아 여러 곳의 오라클 데이터센터에 나뉘어 있고, 중국 안에서는 구할 수 없는 엔비디아 고성능 제품입니다. 정확한 칩 모델명과 데이터센터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텐센트와 오라클 모두 계약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보도대로라면 텐센트가 중국 밖에서 맺은 임차 계약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텐센트는 앞서 2025년 12월에도 일본 업체 데이터섹션을 통해 일본과 호주에 있는 엔비디아 블랙웰 칩 1만 5,000개를 3년 동안 쓰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번 계약은 그보다 칩 수가 여섯 배 이상 많습니다.
해외 칩 임차는 현행 수출통제 밖에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통제는 칩이라는 물건이 어디로 가는지를 기준으로 짜여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2026년 5월 말에도 중국이나 마카오에 본사를 둔 회사로 고성능 연산 장비가 넘어갈 때는 허가가 필요하다는 지침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칩이 동남아 같은 제3국 데이터센터에 그대로 있고 중국 회사는 인터넷으로 접속해 연산만 쓰는 경우에는, 현행 규정상 이를 수출로 보지 않습니다. 텐센트의 이번 계약도 이 틈을 이용한 구조입니다.
이 틈을 막으려는 시도는 진행 중이지만 아직 효력이 없습니다. 미국 하원은 2026년 1월 12일 원격 접속도 수출로 간주하는 원격접근보안법(H.R. 2683)을 찬성 369표, 반대 22표로 통과시켰지만, 법안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국 정보기술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8월 상무부 안에서 태국·싱가포르처럼 미국과 수출통제 수준이 다른 나라를 겨냥해,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중국 기업의 원격 접속을 막도록 하는 규정 초안이 작성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초안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텐센트 재무제표에 나타난 선불 부담
텐센트는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데 큰돈을 앞당겨 쓰고 있습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텐센트의 2026년 2분기 설비투자는 528억 위안으로 1년 전보다 176% 늘었고, AI 관련 선급금이 커지면서 잉여현금흐름은 138억 위안 적자를 냈습니다. 계약액의 30%를 먼저 내는 이번 임차도 같은 방식의 지출입니다.
반대 논거도 있습니다. 해외 임차는 칩을 사서 중국 안에 두는 것보다 비싸고, 미국 규정이 바뀌면 계약 기간 중에도 접속이 끊길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어느 나라 법의 적용을 받는지도 계약 조항과 데이터센터가 있는 나라의 법, 미국의 재수출 규정이 겹쳐 있어 분명하지 않습니다. 오라클로서는 미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대형 고객의 매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칩의 위치보다 사용자를 따지는 규정으로
이번 계약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수출통제의 기준이 물건의 이동에서 연산을 누가 쓰느냐로 옮겨 가는 과정이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칩 판매를 막아도 해외 데이터센터를 빌리면 같은 연산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의회와 상무부의 다음 조치는 칩을 가진 데이터센터 운영사에 고객 확인 의무를 지우는 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남아와 일본, 한국처럼 미국 칩을 대량으로 들여와 데이터센터를 짓는 나라의 사업자들은 고객이 누구인지까지 미국 기준으로 확인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국내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상원의 법안 처리와 상무부 규정 초안의 공개 여부가 이들 사업자의 고객 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글 오레놀 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