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10.07
정부, 프런티어 AI에 GPU 1만 장 몰아 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7년 예산안에 '프런티어 AI' 개발 몫으로 4조 7,000억 원을 편성하고, 이 가운데 3조 9,000억 원으로 엔비디아 베라 루빈 GPU 1만 장을 확보하겠다고 10월 5일 밝혔습니다. 여러 기업에 GPU를 나눠 주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산업 현장 확산으로 역할을 옮깁니다.
4조 7,000억 원의 구성
5일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정부의 AI 모델 지원을 프런티어 AI 개발과 산업 확산의 두 갈래로 나누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런티어 AI는 세계 최상위 성능을 겨루는 AI 모델을 말합니다. 예산 4조 7,000억 원 가운데 3조 9,000억 원은 GPU 1만 장, 8,000억 원은 학습용 데이터 구매, 250억 원은 해외 연구자 20명 유치에 씁니다. 정부는 보조금을 나눠 주는 대신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투자 수익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설명이며, 민간이 비슷한 규모로 함께 투자하는 구상도 담겼습니다.
GPU 예산을 1만 장으로 단순히 나누면 장당 약 3억 9,000만 원입니다. 서버와 네트워크 같은 부대 장비가 이 금액에 포함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과기정통부의 내년 AI 예산 전체는 9조 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84% 늘었고, 프런티어 AI가 그 절반가량을 차지합니다.
나눠 주던 방식에서 모아 주는 방식으로
기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독파모)은 여러 기업에 GPU와 데이터를 나눠 주고 단계마다 평가로 팀을 줄여 왔습니다. 현재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남아 있고, 내년 2월 중순 3차 평가에서 두 팀을 고릅니다. 발표 과정에서 독파모가 도중에 접히는 것 아니냐는 혼선이 몇 시간 이어졌고, 과기정통부는 사업을 계획대로 끝까지 진행한다고 정리했습니다. 최종 선정된 두 팀은 이후 제조·금융·공공·보안 현장에 모델을 보급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방향을 바꾼 이유로 류 차관은 자원의 규모를 들었습니다. 그는 기업당 1,000장 수준의 GPU 지원으로는 프런티어급 개발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목표는 중국 최상위 오픈소스 모델과 겨룰 수 있는 수준이며, 6개월 안에 미국 선두 기업과 대등해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6일 국정감사에서 "작년에 세운 목표 기준과 현재 올해 기준이 확연하게 다르게 가고 있다"며 미국의 초지능 논의와 사이버 안보 대응을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정부는 두 사업과 부처별 AI 사업을 합쳐 B200 GPU 약 2만 9,000장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아직 정하지 않은 것들
사업 설계에는 빈칸이 많습니다. SPC를 누가 운영하고 GPU를 누가 쓸지 정하는 선정 절차의 투명성, 개발 목표 시점, 실패했을 때 출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만들어진 모델의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나눌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지이코노미는 지적했습니다. 미국 빅테크가 AI에 들이는 자본과 컴퓨팅 자원이 워낙 커서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함께 나옵니다. 예산은 12월 국회 의결을 거쳐야 확정되고, 프런티어 사업 참여자 모집은 그 뒤에 시작됩니다.
예산으로 사는 것은 정해진 기간의 연산량
이번 개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3조 9,000억 원으로 확보하는 것이 장비인 동시에 한 세대 칩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간 동안의 연산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엔비디아는 해마다 새 세대 칩을 내놓는 일정을 이어 가고 있어, 장비를 들여오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같은 예산으로 얻는 학습량이 줄어듭니다. 예산이 12월에 확정되고 SPC 구성과 참여자 선정을 거쳐 장비가 설치되기까지의 기간이 사업 성과를 좌우하는 조건이 됩니다. 자국 안에 AI 설비를 두려는 소버린 AI 경쟁에 나선 다른 나라들도 같은 조건에서 움직이고 있고, 한국이 기업마다 나눠 주던 방식에서 한곳에 모으는 쪽으로 옮겨 간 것도 이 조건과 무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