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28
자율살상무기 합의문, 미국·러시아가 배제한 조항들
9월 5일 제네바에서 채택된 자율살상무기 합의문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설계 기준과 예측 가능성 같은 안전장치 조항을 빼낸 과정이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9월 26일 알려졌습니다. 구속력 있는 조약으로 갈지는 11월 제네바 회의에서 정해집니다.
(지난 자료·원공개 09/05. 협상 과정에 대한 보도는 09/26)
3년 협상의 결과물
자율살상무기는 사람이 매번 승인하지 않아도 스스로 표적을 골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말합니다.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의 정부 전문가 그룹은 3년간 이 무기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해 왔고, 9월 5일 마지막 회기에서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협약 당사국은 128개국이고, 모든 결정은 반대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어야 하는 컨센서스 방식으로 내립니다.
휴먼라이츠워치 정리에 따르면 채택된 문서에는 자율살상무기의 정의, 국제법을 지키려면 사람의 통제와 판단이 필요하다는 확인, 국제법을 지킬 수 없는 시스템에 대한 제한이 들어갔습니다. 다만 문서는 구속력이 없고, 이행을 확인하는 검증 장치도 두지 않았습니다.
빠진 조항
휴먼라이츠워치는 초안에 있던 여러 조항이 마지막 단계에서 삭제됐다고 전했습니다. 무기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단계에 대한 언급, 윤리적 고려에 관한 문구, 예측 가능성·신뢰성·설명 가능성·추적 가능성 요건이 빠졌습니다. 적용 범위도 국제법 전반에서 전시 상황에 적용되는 국제인도법으로 좁혀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인용한 기사는 AI가 고른 표적을 타격 전에 사람이 검토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 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수정이 카메라를 끄고 참관인을 내보낸 비공개 협상에서 15시간가량 이어진 마지막 문안 작업 중에 이뤄졌고,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의 법률팀은 다른 나라의 두 배 가까운 규모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컨센서스 방식에서는 한 나라만 반대해도 문서 전체가 채택되지 못하므로, 다른 나라들은 조항을 내주고 문서를 살리는 쪽을 골랐습니다.
양쪽의 논리
로이터를 인용한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기존 국제인도법이 이미 전쟁 수행을 규율하는 틀을 제공한다며 구속력 있는 조약 대신 지침을 선호해 왔고, 최근 반년 사이 입장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협상 직전에는 적어도 여섯 나라에 자국 입장을 지지해 달라고 외교 경로로 요청했습니다. 러시아도 구속력 있는 기준에 반대하며 비슷한 노선을 탔습니다. 반대편에서는 브라질과 아일랜드,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사람의 실질적 통제를 보장하는 구속력 있는 규칙을 요구했습니다.
이번 결과를 두고 시민단체 연합 스톱킬러로봇의 니콜 반 로이언 대표는 일부 대표단이 문서를 약화시키려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휴먼라이츠워치는 구속력 있는 규칙을 만드는 협상을 시작하자는 나라가 76개국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70개국이 협약 당사국이라 과반을 넘겼다는 점을 앞세웠습니다. 다만 과반의 지지가 있어도 컨센서스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이나 러시아 한 나라가 11월 협상 개시 결정을 막을 수 있습니다.
관점
이번 합의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삭제된 조항의 상당수가 무기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단계에 걸려 있다는 점입니다. 남은 문서는 무기를 쓸 때 기존 전쟁법을 지키라는 내용에 가깝고, 만드는 단계에서 표적 선택 판단을 예측하고 추적할 수 있게 하라는 요구는 빠졌습니다. 같은 주 미국과 중국은 사고 발생 시 연락 채널을 둔 양자 AI 대화에 합의한 것으로 액시오스가 전했는데, AI 위험을 다루는 방식에서 강대국들이 다자 규범보다 양자 채널을 앞세우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인체계 수출을 늘려 온 한국 방산업계로서는 국제 설계 기준이 없는 상태가 길어질수록 수입국마다 다른 요건을 내미는 상황을 대비해야 하고, 11월 검토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어느 쪽에 서는지도 확인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