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23
트럼프, 디젤 수출 금지 쪽으로 선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2일 미국산 디젤 수출을 막자는 공화당 의원들의 요구에 동조했습니다. 미국 디젤 전국 평균 가격이 갤런당 6.5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쓴 날이었고, 러시아와 중국이 이미 석유제품 수출을 묶어 둔 상황이라 미국까지 수출을 막으면 유럽과 중남미의 디젤 수입처가 크게 줄어듭니다.
행정부 입장의 변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디젤을 내보내지 말자고 참모들에게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액시오스는 연료 수출 제한에 반대해 온 행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금지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압박은 의회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아이오와주 디젤 가격이 갤런당 6.57달러까지 오르자 9월 20일 대통령에게 디젤 수출 금지를 요구했고, 팀 버챗 하원의원은 2027년 1월까지 수출을 막거나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으면 금지가 발동하는 법안을 냈습니다. 존 툰 상원 원내대표는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고,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수출 금지가 오히려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1월에는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가격은 이란 전쟁 이후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 집계로 전쟁 전 갤런당 3.70달러 안팎이던 디젤 가격은 9월 22일 6.52달러에 이르렀고, 9월 한 달에만 거의 1달러가 올랐습니다. 종전 최고치는 2022년 6월의 5.82달러였습니다.
디젤이 모자라게 된 구조
디젤은 화물차와 농기계, 건설 장비가 쓰는 연료입니다. 정유사는 원유를 끓여 여러 제품으로 나누는데, 이 가운데 디젤과 난방유처럼 중간 온도에서 뽑히는 제품을 중간유분이라고 부릅니다. 올해는 이 공급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끊겼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배로 운반되는 세계 디젤의 약 10분의 1이 지나는 길이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 대부분이 피해를 입자 7월 9일부터 디젤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카마르 에너지의 로빈 밀스 최고경영자는 더 내셔널 기고에서 러시아가 금지 전 하루 약 100만 배럴의 디젤을 수출했고, 크렘린이 이 금지를 10월 말까지 연장했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10월 말 연장은 아직 공식 법령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중국도 3월부터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해, 이달 디젤 수출은 하루 14만 배럴 안팎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8월에 하루 180만 배럴의 디젤을 수출해 빈자리의 상당 부분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수출을 막아도 내수 가격이 내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
계산만 보면 미국은 여유가 있습니다. CBS에 따르면 미국 정유사들은 하루 530만 배럴의 중간유분을 만들고 국내 수요는 360만 배럴입니다. 문제는 지리와 운송입니다. 정유시설은 멕시코만 연안에 몰려 있고, 미국 항구 사이를 오가는 배는 미국에서 만들고 미국 국적을 단 배여야 한다는 존스법 때문에, 걸프만에 남는 물량을 동부 해안으로 쉽게 옮기지 못합니다. 현재 이 법의 적용을 잠시 면제하고 있지만 면제는 11월 15일에 끝납니다.
힐타워 리소스 어드바이저스의 트레이시 슈차트 최고경영자는 팔 곳이 막히면 정유사들이 디젤 생산을 줄여, 지키려던 국내 공급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봤습니다. 주유 가격 정보업체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헨 분석가는 미국 디젤 가격이 세계 수급을 따라 움직이므로 수출 금지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타이슨 슬로컴 에너지 담당 이사는 부분적인 수출 제한만으로도 단기적으로 가격이 크게 내려갈 수 있다고 봤고, 브라운대 제프 콜건 교수도 수출 금지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Grist에 말했습니다. 미국은 1975년부터 2015년까지 40년 동안 원유 수출을 금지한 적이 있지만, 석유제품 수출을 막은 사례는 최근에 없어 효과를 추정할 근거는 많지 않습니다.
관점
이번 발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올해 디젤을 내놓던 세 나라가 모두 자국 가격을 이유로 수출을 조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밀스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수출을 막으면 유럽과 중남미, 동아시아가 미국을 러시아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공급자로 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반도체에서 자주 보던 수출 통제가 에너지 제품에서도 나타나면, 수입국은 가격보다 공급자가 언제 문을 닫을 수 있는지를 먼저 따지게 됩니다.
한국은 경유를 수출하는 나라여서 이 변화의 양쪽에 걸쳤습니다. 미국산 물량이 빠지면 유럽과 중남미 수입사들은 아시아 정유사를 찾을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 정유사가 쓰는 원유는 대부분 중동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사정이 공급 여력을 정합니다. 실제 금지가 나오는지, 나온다면 지역과 기간을 어떻게 나눌지가 다음 확인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