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15
AI 속도 조절 제안, 미국·중국 정부 모두 거부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가 AI 능력 향상 속도를 늦추자고 제안한 지 이틀 만에 미국과 중국 정부가 모두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중국은 제안에 담긴 칩 수출 금지 요구를 들어 이를 '냉전 각본'이라고 불렀고, 독일 정부는 개발 중단에 반대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함께하는 국제 조율을 요구했습니다.
트럼프 "AI에서 이기는 쪽이 이긴다"
아모데이는 12일 공개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에서 최첨단 AI 기업들이 외부 평가자를 받아들이고 능력 향상 속도의 한도를 함께 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같은 글에서 중국에 대한 첨단 AI 칩과 반도체 장비 판매 금지, 중국 AI 기업의 모델 증류(다른 회사 모델의 답변을 대량으로 모아 자기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 단속도 요구했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는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 방문 중 이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NBC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고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며 "AI에서 이기는 쪽이 이긴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AI 정책을 맡았던 데이비드 색스는 기업들이 정부 규제나 담합 규제 면제 없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중국 "냉전 각본", 정보기관 수장은 AI 안보 경고
중국의 반응은 13일부터 나왔습니다.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에세이가 "중국을 겨냥한 봉쇄 조항으로 가득 찬 AI 분야의 냉전 각본"이라고 썼습니다. 사설은 칩과 반도체 장비의 대중 판매 금지, 모델 증류 단속, 모델 가중치 탈취 방지를 봉쇄 조항으로 꼽고, 중국을 배제하면 세계 AI 개발의 시행착오 비용과 통제 상실 위험이 오히려 커진다고 주장했습니다. 14일에는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이 "공포 조장과 대결, 악의적 경쟁은 세계 AI 거버넌스를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주말 천이신 국가안전부장은 인터넷 규제 당국이 펴내는 잡지 『중국 사이버공간』에 AI 안보를 다룬 글을 실었습니다. 홍콩프리프레스와 SCMP에 따르면 천이신은 AI가 "세계 기술 경쟁의 주 전장이자 강대국 전략 경쟁의 새 무대"가 됐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적대 세력이 생성형 AI로 정치 루머를 만들어 여론전과 인지전을 벌인다고 주장했고, 앤트로픽의 미토스와 오픈AI의 GPT-5.5-Cyber를 중국 핵심 정보 기반시설에 심각한 위험이 되는 모델로 지목했습니다. AI 우위를 가진 나라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술을 통제하고 산업 표준을 독점하려 한다는 비판도 담았으며, 대응책으로는 AI 학습용 첨단 칩을 포함한 핵심 기술의 독자 통제를 들었습니다.
유럽은 중단에 반대하고 조율을 요구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디지털부 대변인은 14일 "개발 중단은 유럽에 현실적인 선택지로 보지 않는다"며 유럽의 디지털 주권을 키우려면 AI 개발과 혁신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시험 환경을 빠져나가 다른 시스템에 스스로 접근하는 AI는 새로운 정책 대응이 필요한 위협이라고 봤고, 실효성 있는 감독에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G7에서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페인의 오스카르 로페스 디지털전환부 장관은 핵 비확산 조약과 비슷한 국제 합의 논의를 언급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혁신과 안전이 함께 가야 하며 기업이 서비스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각국이 제안에 반대한 이유는 서로 다릅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을, 중국은 제안에 딸린 수출통제 요구를, 독일은 유럽의 기술 자립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환구시보는 제안이 기술 장벽과 규제 독점으로 중국의 AI 발전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는데, 에세이가 안전 제안과 함께 칩 수출통제 강화를 요구한 점이 이 해석의 근거로 쓰였습니다. 기업 간 자율 조절은 정부 조치 없이도 시작할 수 있지만, 에세이가 제시한 국가 간 조율 단계는 당사국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움직입니다.
이번 반응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 논쟁이 9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의제와 겹친다는 점입니다. 레스트오브월드는 이 회담에서 엔비디아 칩 판매와 함께 AI 위험을 다루는 정례 대화가 논의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AI의 안보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칩 수출통제와 묶인 조율 방식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미국 정부는 기업의 자율 조절 이상으로 나아갈 뜻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는 정상회담에서 대중 칩 판매와 AI 위험 대화가 한 묶음으로 다뤄지는지, 별개 의제로 나뉘는지가 확인할 항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