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14
블랙리스트 인스퍼, 미국 법인 거쳐 블랙웰 서버 확보
미국 수출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서버 업체 인스퍼가 캘리포니아 법인 에이브레스를 거쳐 엔비디아 블랙웰 서버를 계속 확보해 왔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왔습니다. 서버는 동남아 데이터센터에 두고 중국 기업이 원격으로 쓰는 구조여서, 현행 수출 규제가 닿지 않는 지점이 드러났습니다.
2년간 56억 달러어치 수출
뉴욕타임스는 9월 6일 탐사 보도(지난 자료·원공개 09/06)에서 인스퍼의 미국 법인 에이브레스가 2024년 4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최소 56억 달러어치의 첨단 기술 제품을 동남아로 수출했다고 전했습니다. 인사이드AI의 정리에 따르면 이 가운데 30억 달러 이상이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칩을 넣은 컴퓨터였고, 이 서버들은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의 연산에 쓰였습니다. 신문은 선적 기록과 기업 문서, 공급 계약 수천 건을 검토하고 중국과 동남아, 캘리포니아 현장을 찾았으며 전현직 관료와 업계 관계자 10여 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인스퍼는 2023년 3월 미국 상무부 엔티티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엔티티 리스트는 미국 기술을 넘기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 명단으로, 당시 인스퍼는 군사용 슈퍼컴퓨터 개발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지정됐습니다. 이후 실리콘밸리의 인스퍼 사무소는 이름을 에이브레스로 바꾸고 같은 사무실과 인력으로 영업을 이어 갔습니다. 무역 데이터 업체 임포트지니어스의 윌리엄 조지는 국가가 뒷받침하는 수출 통제 우회망으로 보지 않기 어렵다고 말했고, 엔비디아 대변인은 규정 준수를 약속한 파트너에게만 판매하며 다른 곳으로 빼돌려진 제품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규제가 닿지 않은 세 곳
첫째는 명단의 범위입니다. 엔티티 리스트는 명단에 오른 법인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름을 바꾼 미국 자회사는 따로 지정되지 않는 한 일반 기업처럼 엔비디아 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 에이브레스는 지금도 명단에 없습니다.
둘째는 지분 기준입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025년 9월 명단 기업이 50% 이상 소유한 회사를 자동으로 규제하는 계열사 규칙을 도입했지만, 미중 무역 합의에 따라 11월 10일부터 1년간 시행을 유예했습니다. 아시아타임스는 인스퍼가 에이브레스 지분을 33%로 낮췄다고 전했습니다. 이 수치대로라면 규칙이 다시 시행돼도 에이브레스는 기준에 걸리지 않습니다.
셋째는 원격 접속입니다. 첨단 칩을 중국으로 직접 보내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중국 기업이 해외 데이터센터에 접속해 연산을 빌려 쓰는 데에는 제한이 거의 없습니다. 미 하원은 1월 원격 접속을 수출 통제 대상에 넣는 원격접근보안법을 369대 22로 통과시켰으나 입법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BIS는 5월 31일 최종 모회사가 무기 금수 대상국이나 마카오에 있으면 소재지와 관계없이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지침을 냈습니다.
정상회담을 앞둔 일정
보도 이후 상무부는 새 제재를 발표하지 않았고, 거론된 기업들도 공개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인사이드AI는 상무부가 10개월 동안 엔티티 리스트에 새 기업을 추가하지 않았으며, 이는 18년 만에 가장 긴 공백이라고 전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월 24일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중 AI 대화도 9월 중순 개최가 거론돼 왔지만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보도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추적은 선적 기록과 계약 문서에 기반해 있어 서버별 최종 사용자를 모두 확인한 것은 아니며, 지분 33%라는 수치도 2차 보도에서 나왔습니다. 원격 접속을 통제 대상에 넣으면 미국 클라우드 기업의 해외 영업 전반에 고객 심사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도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칩의 물리적 이동을 기준으로 짠 규제가 지분 구조와 원격 사용 앞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계열사 규칙은 추가 조치가 없으면 11월 10일 자동으로 다시 시행되는데, 시 주석의 방미와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유예가 연장될 수도 있습니다. 동남아 데이터센터가 중국의 연산 수요를 받는 창구로 쓰일수록 말레이시아 같은 입지 국가에 대한 허가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 있고, 이런 서버에 고대역폭 메모리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도 고객 확인 범위가 넓어지는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