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8.25
미국, 이란 관련 60여 곳 제재 지정
미 재무부가 8월 24일 이란을 겨냥한 새 제재를 발표하고 60곳이 넘는 기업과 개인, 선박을 지정했습니다. 지정 대상의 소재지는 대부분 이란 밖으로, 아랍에미리트와 홍콩,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에 걸쳐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4일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새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조치의 이름은 '경제적 아웃캐스트 작전'입니다. 재무부는 디지털 자산과 기술, 금, 항공, 해운의 다섯 부문에 부문별 지정을 내렸고, 해외자산통제실은 60곳이 넘는 기업과 개인, 선박을 목록에 올렸습니다. 재무부는 이들이 이란의 핵과 미사일 기술 조달, 사이버 작전, 원유 수입 창출을 도왔다고 밝혔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정권을 떠받치는 모든 경제적 생명선을 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고, 미국 제재가 미치지 못하는 곳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란산 원유 거래나 금융 거래를 돕는 나라와 기업에는 2차 제재를 예고했습니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새로울 것 없는 반복이라고 일축했으며,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쪽에서는 압박이 이어지면 호르무즈 해협으로 원유가 한 방울도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목록에 오른 60여 곳 가운데 이란에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두바이의 무역회사와 홍콩의 결제 중개인, 취리히의 금 거래상처럼 이란과 바깥 시장을 이어 주는 중개 사업자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원유 대금이 돌아오는 경로
제재 아래에서도 이란산 원유는 팔려 나갑니다. 배를 바꾸고, 바다 위에서 화물을 옮겨 싣고, 원산지 서류를 갈아 끼우는 방식이 쓰입니다. 판매 대금을 이란이 실제로 쓸 수 있는 형태로 되돌리는 단계가 그보다 어렵습니다.
그 경로는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첫 구간에는 배와 보험, 선하증권이 있고, 두 번째 구간은 돈을 옮기는 중개입니다. 큰 은행은 미국 제재를 피하려 이런 거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작은 은행과 은행이 아닌 중개인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마지막은 보관으로, 달러로 남겨 두면 동결될 수 있어 금이나 디지털 자산으로 바꿔 둡니다. 이번에 지정된 다섯 개 부문은 이 세 구간 위에 놓여 있습니다.
부문 지정은 개별 지정과 성질이 다릅니다. 개별 지정이 대상의 이름을 하나씩 붙이는 조치라면, 부문 지정은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것 자체가 지정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선언하는 조치입니다. 앞으로 이름을 붙일 권한을 미리 확보해 두는 성격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 효과는 목록에 오른 60여 곳보다 오르지 않은 나머지에서 나타납니다. 은행의 준법 부서는 벌금의 크기보다 적발 확률을 기준으로 거래를 심사하는데, 어떤 거래에서 지정 대상이 나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심사 비용이 이익보다 커지고 그 거래는 조용히 거절됩니다.
목록에서 빠진 중국 대형 은행
이번 목록에서 빠진 것이 중국의 대형 은행입니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는 중국의 소규모 정유사를 제재해 왔지만 대형 은행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대형 은행을 달러 청산에서 끊으면 그 여파가 이란을 넘어 달러 결제 체계 전체로 번지기 때문입니다. 베선트 장관이 중국을 향해 미국의 결의를 시험하지 말라고 말한 것도 이 수단을 쓰지 않고 남겨 두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와 달라진 조건
지정이 처벌보다 신호로 작동한 사례로는 2005년 조치가 꼽힙니다. 당시 미 재무부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를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했고, 그 은행에 묶인 북한 자금은 2,500만 달러 남짓이었습니다. 발표 뒤 세계 여러 은행이 북한 관련 계좌를 스스로 닫으면서, 묶인 금액에 비해 파장이 훨씬 컸습니다.
다만 그때와 조건이 달라졌습니다. 2005년에는 달러 청산 말고 쓸 만한 결제 경로가 사실상 없었지만, 지금은 위안화 결제와 금 현물, 디지털 자산이 우회로로 놓여 있습니다. 이번 부문 지정에 금과 디지털 자산이 들어간 것 자체가 그 우회로를 전제한 조치입니다. 방코델타아시아는 은행 한 곳이었던 반면 이번 조치는 다섯 개 산업을 한꺼번에 겨냥해 신호는 더 강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자기검열을 기대하는 쪽은 중국과 아랍에미리트의 기관들이고 이들의 계산은 미국 은행의 계산과 다릅니다.
반론도 분명합니다. 아락치 장관의 말대로 이런 형식의 제재는 처음이 아닙니다. 이란은 십수 년째 제재 아래에서 원유를 팔아 왔고, 거래 경로가 끊길 때마다 새로운 중개 계층이 생겨났습니다. 이번 조치는 여러 산업을 동시에 지정해 그 재건 속도를 늦추려는 시도이지만, 얼마나 늦출 수 있을지는 지금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번 조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제재가 걸리는 단위입니다. 수출통제가 물건의 흐름에 허가를 붙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지정은 같은 방식을 돈이 오가는 경로에 적용했습니다. 목록에 오른 60여 곳의 소재지가 대부분 중개로 먹고사는 관할지라는 점도 함께 볼 만합니다. 두 진영 사이에서 물건과 돈을 옮겨 주는 일로 이익을 얻어 온 자리에 값이 매겨지고 있습니다.
금과 디지털 자산이 제재 문서의 항목으로 올라온 것도 짚어 둘 만합니다. 두 자산의 값을 물가와 금리로만 설명해 온 관행은 여기서 잘 맞지 않습니다. 제재를 피해 가치를 옮기려는 수요는 금리와 별개로 움직이고, 이번 지정은 그런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미국 정부가 문서로 확인한 것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