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8.19
연합연습 축소와 왕이 방한, 12월 만료되는 반도체 허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6일 한미 연합연습을 상당히 축소하라고 지시했고, 사흘 뒤인 1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서울을 찾습니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12월 31일 만료되는 1년짜리 미국 수출 허가에 기대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한미 연합연습을 "상당히 축소"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시가 나온 것은 을지 자유의 방패 개시를 24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축소의 이유로는 비용 부담, 북한에 보내는 신호, 이란 관련 미국의 요청에 한국이 응하지 않은 점이 거론됐습니다. 연습 자체는 예정대로 17일 시작해 27일까지 이어집니다.
이틀 뒤인 18일 대통령실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을 확인했습니다. 왕 부장은 19일과 20일 이틀 일정으로 조현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합니다. 양자 회담을 위한 단독 방한으로는 2021년 9월 이후 처음입니다.
두 일정이 이어지는 동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또 다른 날짜를 앞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을 돌리는 근거가 되는 미국 수출 허가가 12월 31일 만료되기 때문입니다.
12월 31일 만료되는 수출 허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2023년부터 검증된 최종사용자 지위를 받아 건별 허가 없이 미국산 장비를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검증된 최종사용자 제도는 미국이 지정한 시설에 한해 개별 건마다 허가를 받는 절차를 면제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 지위는 지난해 말 종료됐고, 지금은 12월 31일에 만료되는 1년짜리 허가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장비는 건별 심사를 받아야 하며, 심사에는 석 달에서 여섯 달이 걸립니다.
지위와 허가는 기업이 세울 수 있는 계획의 길이를 다르게 만듭니다. 감가상각 기간이 10년인 설비를 12개월짜리 허가 위에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증설 결정을 미루게 됩니다. 두 회사가 중국 공장의 예비책으로 중국 장비업체 AMEC의 제품을 시험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런 조건에서 나왔습니다. 허가가 끊길 경우에 대비해 대체 장비를 미리 확보해 두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합연습에도 비슷한 구조가 있습니다. 조약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연습의 규모와 시기를 정하는 권한은 미국 대통령의 재량에 속합니다. 이번 축소 지시가 연습 개시를 하루 앞두고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 재량 때문입니다.
중국 매출과 미국 허가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에서 매출과 허가는 서로 다른 곳에서 결정됩니다. 수요는 중국 시장에서 나오고, 그 수요를 채우는 공장에 장비를 들이는 절차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거칩니다. 상반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대중 판매가 대미 판매보다 127억 달러 많았다는 집계가 두 시장의 규모 차이를 보여 줍니다.
왕이 부장의 방한 의제에 반도체 수출 허가 문제가 포함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회담이 열리는 시점과 허가 만료일은 같은 해 안에 놓여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
연합연습 축소의 이유로 언급된 세 가지는 보도가 전한 내용이고, 미국 정부가 문서로 정리해 공개한 설명은 아닙니다. 지시가 나온 뒤에도 연습은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축소가 실제로 어느 범위에 적용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산 장비 시험도 보도로 알려진 내용이며 두 회사가 공식으로 확인한 사안은 아닙니다. 12월 31일 이후 허가가 어떤 방식으로 갱신되는지는 지금까지 나온 발표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검증된 최종사용자 지위와 비슷한 형태가 다시 적용될 수 있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12월까지 남은 변수
이번 국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기업의 투자 판단 기간이 허가 기간에 맞춰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설비는 10년 단위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업인데 그 전제가 되는 허가는 1년마다 갱신됩니다. 중국 공장을 유지하되 키우지는 않는 선택이 기본값이 되고, 증설의 무게는 국내와 미국 쪽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수출 통제가 중국 장비업체에 고객을 만들어 주는 경로도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 기업이 실제 생산라인에서 검증 데이터를 쌓으면 그 장비의 쓰임은 중국 내수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12월에 갱신해야 할 허가가 있는 상황은 8월의 외교 일정을 짜는 데에도 영향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