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10.01
BIS, 비은행 국채 보유가 클수록 시장 경색 확률 상승
국제결제은행(BIS)이 9월 29일 낸 보고서에서 정부부채가 많고 비은행 금융회사가 국채를 많이 들고 있을수록 미국 국채시장이 마비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습니다. 비은행 보유 비중이 역대 상위 10% 구간일 때 석 달 안에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경색이 올 확률은 6%로 추정됐습니다.
보고서가 계산한 것
같은 날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612%까지 올라 200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BIS의 마티아스 드레만 금융시스템·규제 부문장과 소냐 주 이코노미스트는 BIS 회보 136호에서 금리 수준보다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따졌습니다. 국채를 팔려는 사람이 제값에 팔 수 있는지, 같은 국채의 현물과 선물 가격이 어긋나지 않는지를 여러 지표로 묶은 '시장 여건 지표'를 쓰고, 값이 클수록 시장이 막혀 있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이 지표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초기에 평소 변동 폭의 여섯 배까지 치솟았고, 2008년 11월과 2016년 2월, 2022년 10월에도 두 배 안팎으로 뛰었습니다. 연구진은 2004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의 자료로 머신러닝 모형(랜덤 포레스트)을 학습시켜 석 달 뒤 지표가 어디에 있을지 확률 분포로 예측했습니다. 기존 연구가 쓴 설명 변수 44개에 정부부채 비율과 비은행 비중 두 가지를 더했고, 비은행 비중은 머니마켓펀드와 투자펀드, 연기금, 보험사가 가진 국채의 몫으로 쟀습니다.
부채 3%, 비은행 6%
결과는 두 갈래로 나왔습니다. 정부부채 비율이 역대 상위 3분의 1 구간일 때 석 달 안에 2008년 10~12월 수준의 경색이 올 확률은 3%였고, 하위 3분의 1 구간에서는 0.02%에 그쳤습니다. 비은행 비중이 상위 3분의 1이면 확률이 1.5%(보고서의 다른 대목에서는 1.4%)였고, 상위 10% 구간으로 좁히면 6%로 뛰었습니다. 비은행 비중이 낮은 구간에서는 거의 0이었습니다.
비은행의 효과는 한쪽으로만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비은행 비중이 높을 때 석 달 뒤 시장 여건이 역대 가장 좋은 20% 구간에 들 확률은 7%, 가장 나쁜 20% 구간에 들 확률은 12%였습니다. 비중이 낮을 때는 두 확률이 모두 거의 0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비은행이 평소에는 거래 상대가 되어 유동성을 보태다가 충격이 오면 그 충격을 키운다는 해석과 들어맞는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은행이 충격을 키우는 경로
보고서는 비은행마다 약한 고리가 다르다고 짚었습니다. 머니마켓펀드와 개방형 펀드는 투자자가 매일 돈을 뺄 수 있어 먼저 빼는 쪽이 유리해지고, 환매에 응하느라 국채를 급히 팔면 가격이 떨어져 환매가 더 늘어납니다. 2020년 3월의 현금 확보 소동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보험사와 연기금은 평소 시장을 받쳐 주지만 파생상품으로 만기를 맞추다 보니 금리가 급등하면 담보를 더 내야 합니다. 2022년 영국 연기금 사태 때는 담보를 마련하려고 국채를 내다 판 매도가 국채 가격 하락 폭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가장 빠르게 커진 쪽은 헤지펀드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2022년 이후 두 배 넘게 늘었고, 유럽 전자 국채 거래에서는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들은 현물 국채와 선물의 작은 가격 차이를 노리는데, 차익이 작다 보니 단기 자금시장(레포)에서 빌린 돈을 겹겹이 얹습니다. 가격이 조금만 반대로 움직여도 한꺼번에 포지션을 정리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부채가 이미 많은 정부에 재정 충격이 오면 투자자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이 금리 상승이 비은행의 강제 매도로 커지면 재정 여력이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적었습니다.
추정의 한계
분석은 자료가 있는 미국만 다뤘고, 과거 자료가 없는 헤지펀드는 비은행 비중 계산에서 빠졌습니다. 가장 빠르게 커진 참여자가 모형 밖에 있다는 뜻입니다. 여러 변수가 예측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따로 따져 본 결과에서도 비은행 비중은 여덟 번째였고, 앞 순위는 직전 시장 여건 지표와 금리스와프 스프레드, 정부부채 비율이 차지했습니다. 확률 수치는 모형이 계산한 추정치이며, 보고서의 견해는 저자들의 것으로 BIS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관점
이번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국채시장을 떠받치는 주체가 바뀌었다는 점을 확률로 보여 줬다는 데 있습니다. 미 재무부가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장기 국채 되사기 규모를 회당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늘린 것도, 입찰에서 딜러가 떠안는 몫이 줄어든 것도 은행 대신 펀드와 헤지펀드가 국채를 받아 주는 시장 구조의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BIS는 부채가 많은 나라에 믿을 만한 중기 재정 틀을 요구하는 한편, 법적 형태와 상관없이 같은 위험을 지는 금융회사에는 같은 강도의 규제를 적용하라고 권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국고채 장기물 수요의 상당 부분을 보험사와 연기금이 맡고 있다는 점을 함께 볼 만합니다. 이들이 파생상품으로 만기를 맞추는 방식과 담보 여력이 금리 급등기에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이번 보고서가 지목한 점검 항목과 겹칩니다.
글 오레놀 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