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23
한은, 금리 인상 충격은 취약차주에 9개월 뒤 번진다
한국은행이 9월 22일 낸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뒤 은행 연체율이 가장 크게 반응하기까지 약 15개월이 걸리고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은 약 9개월이면 그 시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올해 7월과 8월의 두 차례 인상에 대입하면 취약 부문의 연체는 2027년 4~5월에 가장 크게 늘어납니다.
보고서가 추정한 시차
한국은행은 올해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8월 27일 기준 연 3.00%로 맞췄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이 인상의 효과가 언제 어디에 나타나는지를 과거 자료로 추정했습니다. 뉴스핌과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금리(잔액 기준)는 기준금리 인상 후 약 5개월, 은행 연체율은 약 15개월 뒤에 반응이 가장 컸습니다.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약 9개월 뒤에 정점이 왔습니다.
이 시차를 올해 인상에 그대로 적용하면 취약 가계와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2027년 4~5월, 가계와 기업 전체의 연체율은 2027년 10~11월에 반응이 가장 커집니다. 임광규 금융안정국장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는 3조 3,000억 원, 기업은 3조 7,000억 원가량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차가 생기는 구조
기준금리가 올라도 이미 빌린 돈의 금리가 곧바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변동금리 대출은 정해진 주기가 돌아와야 금리가 다시 매겨지고, 일정 기간 금리를 고정한 대출은 그 기간이 끝나야 새 금리를 따릅니다. 잔액 기준 대출금리가 5개월에 걸쳐 올라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2021년 7월 68.4%에서 올해 6월 56.1%로 낮아졌고, 그만큼 이번 인상은 과거보다 천천히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자가 늘어난 뒤에도 연체는 바로 생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차주는 예금이나 소득으로 한동안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고, 그 완충이 바닥난 뒤에야 연체가 나타납니다. 취약차주는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가운데 소득이나 신용이 낮은 사람들인데, 이들에게는 이자 인상을 버틸 금융자산이나 소득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한은은 설명했습니다. 충격이 여섯 달 일찍 오는 것은 이 차이에서 나옵니다.

취약 부문에 몰린 연체
가계부채 총량 지표는 나아졌습니다. 서울일보가 정리한 보고서 수치를 보면 2분기 가계신용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늘었지만 소득 대비 비율은 134.1%에서 127.8%로 낮아졌습니다. 빚의 절대 규모는 늘었는데, 반도체 수출이 경제 규모를 키우면서 비율의 분모인 소득이 더 빨리 커졌습니다.
반면 취약 부문의 사정은 다릅니다. 취약차주는 전체 가계 차주의 6~7%에 머물러 있지만, 이들의 연체율은 10.39%로 가계 전체 0.98%의 열 배가 넘습니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2.71%로 자영업자 전체 1.99%를 크게 웃돌니다. 한은은 취약차주 연체율이 과거 인상기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번 인상을 맞았다고 봤습니다.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 가운데 1년 안에 이자 부담이 늘 수 있는 가구는 28.6%이고, 저소득층에서는 이 비율이 47.5%입니다.
금융 불균형을 재는 지표도 나빠졌습니다. 금융취약성지수는 2분기 말 46.5로 9분기 연속 올랐고, 금융불안지수는 8월 19.5로 주의 단계에 머물렀습니다. 보고서는 수도권 중저가 주택으로 매수 수요가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저축은행과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일부의 유동성 비율이 낮아진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은행은 금리 상승으로 상반기 순이자이익이 2조 5,000억 원 늘어 유가증권 손실을 일부 메웠습니다.
추정의 한계
이번 시차는 과거 인상기의 평균에서 나온 추정치입니다.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진 지금은 대출금리 전달이 더 느릴 수 있고, 반대로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이미 높은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충격을 당길 수 있습니다. 두 힘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2027년 4~5월과 10~11월이라는 시점은 범위로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추가 인상이 있으면 그 인상의 충격이 다시 시차를 두고 더해집니다. 보고서 원문의 분석 모형과 표본 기간은 이 기사에서 인용한 보도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관점
이번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금리 인상의 효과와 비용이 서로 다른 부문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 이유는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이었지만, 연체는 그 효과가 확인되기 전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서 먼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늘린 소득이 부채 비율을 낮췄지만, 한은은 부문별로 소득 개선 정도가 차별화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수출 호조의 혜택이 돌아가는 곳과 이자 부담이 커지는 곳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은의 추정대로라면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할 올해 남은 회의들에서는 이번 인상의 연체 충격이 아직 지표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전체 연체율보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먼저 움직이는지가 인상의 비용을 가늠하는 더 빠른 신호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