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22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 글로벌 물가가 41% 설명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9월 20일 낸 보고서에서 한국과 미국의 장기금리가 함께 움직이는 현상의 41.0%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설명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물가 충격은 주로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거쳐 국내 금리로 옮겨 왔습니다.
보고서 내용
보고서 제목은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 현상 분석’이고, 윤재호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도완 한은 경남본부 팀장, 이형석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함께 썼습니다. 연구진은 2001년부터 약 24년치의 한국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날마다 비교했습니다. 분석에는 가우시안 동태적 기간구조 모형이라는 통계 모형을 썼는데, 만기별 금리의 움직임을 눈에 보이지 않는 몇 가지 요인으로 나누고 각 요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아시아경제와 뉴스핌이 보도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두 나라 장기금리의 동조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41.0%였습니다. 그다음은 미국 장기금리 22.7%,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18.3%, 미국 경기 18.0% 순이었습니다. 동조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2021년 코로나 이후 물가 충격 시기에 가장 강했다고 서울경제는 전했습니다. 이형석 부연구위원은 두 나라 금리가 오르내리는 방향뿐 아니라 흔들리는 폭까지 닮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가 충격이 국내 금리로 오는 경로
10년물 국채 금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앞으로 10년 동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평균 얼마쯤일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오래 묶어 두는 데 따른 위험에 붙는 대가입니다. 보고서는 앞의 것을 정책기대 경로, 뒤의 것을 위험보상 경로라고 부릅니다.
분석 결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같은 대외 충격은 주로 정책기대 경로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해외 물가가 오르면 시장은 한국은행도 언젠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고, 그 예상이 실제 인상보다 먼저 국고채 10년물 금리에 반영됩니다. 한국은행이 아무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장기금리가 미국을 따라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미국 상황은 이 경로가 작동하기 좋은 조건입니다. 연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고, 닐 카시카리 미니어폴리스 연은 총재는 20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유가 충격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퍼졌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5.041%로 1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21일 4.951%로 내려왔습니다.

분석의 한계
보도된 분석 기간은 2024년에서 끝납니다. 올해 중동 전쟁으로 시작된 유가 충격과 미국 장기금리 5% 돌파는 자료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또 기여도 넷의 합이 100%인 만큼, 이 수치는 두 나라 금리가 같이 움직인 부분을 어떤 요인이 만들었는지를 나눈 것입니다. 국채 발행량이나 환율처럼 국내 사정이 한국 금리에 미친 영향 전체를 잰 숫자로 읽으면 안 됩니다. 요인의 이름과 비중은 모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합니다.
보고서는 시장과의 소통으로 정책기대를 적절히 관리하면 동조화를 ‘일정 폭’ 완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국내 물가도 실제로 오르는 상황이라면 시장의 인상 기대는 말로 달래기 어렵고, 제언의 효과는 물가 충격이 한국에서 얼마나 직접 나타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낸 곳이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중앙은행의 연구원이라는 점도 제언을 읽을 때 알아 둘 만합니다.
관점
이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 장기금리를 움직이는 힘이 미국의 결정 자체보다 세계 물가를 보고 시장이 세우는 한국은행의 다음 행보 예상에 더 많이 실려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기준금리를 얼마로 정하느냐만큼이나 앞으로의 경로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국고채 10년물 금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장기금리가 5% 안팎에 머물고 유가 충격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한국의 금리 구조도 밖에서 들어오는 기대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처럼 장기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대출 금리 역시 한국은행이 정하기 전에 이미 움직이고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