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19
미 하원, 데이터센터 전력망 비용 부담법 통과
미국 하원이 9월 16일 100메가와트 이상 전력을 쓰는 데이터센터가 자신을 위해 새로 짓는 발전·송전·배전 설비 비용을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요금납부자 보호법’을 417 대 3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전력망 확충 비용을 누가 내느냐는 문제가 연방 차원의 기준으로 올라왔습니다.
법안에 담긴 내용
법안 번호는 H.R. 9340이고, 공화당 게이브 에번스(콜로라도) 의원과 민주당 캐시 캐스터(플로리다) 의원이 함께 냈습니다. 유틸리티 다이브에 따르면 적용 대상은 한 부지나 캠퍼스에서 100메가와트 넘게 전력을 쓰는 대형 수요처입니다. 이들은 자신을 위해 늘리는 발전·송전·배전 설비의 추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고,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재정 보증을 제공해야 합니다. 계약을 일찍 끊고 떠나더라도 전력회사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들어갔습니다.
반대표는 민주당 서머 리, 델리아 라미레스, 라시다 털리브 의원 세 명이 던졌고, 세 사람 모두 보호 수준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법안은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신속 처리 절차로 올라왔습니다. 에번스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대형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인프라 비용을 스스로 내도록 하되 각 주가 실정에 맞는 방식을 고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 정부는 ‘검토’하면 됩니다
법안은 1978년 제정된 공공전력규제정책법(PURPA)의 기준 조항에 새 항목을 더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테크타임스의 설명에 따르면 각 주의 공익사업위원회는 1년 안에 이 기준을 검토하는 공식 절차를 열고 2년 안에 결론을 내야 하지만, 기준을 그대로 채택할 의무는 없습니다. 2005~2007년 같은 방식으로 추가된 에너지 효율·스마트그리드 기준도 채택하지 않은 주가 많았습니다.
주 차원에서는 이미 비슷한 제도가 퍼져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 자문사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대형 수요처 전용 요금제가 없는 주가 13곳뿐이라며, 이번 법안은 이미 진행 중인 변화를 대체로 굳히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봤습니다.
전기요금에 섞여 들어가는 설비비
미국의 규제 전력회사는 변전소와 송전선 같은 설비에 들인 돈을 요금 산정 기준에 넣고, 이를 여러 해에 걸쳐 고객 전체의 요금으로 나눠 회수합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을 위해 설비를 짓더라도 비용이 전체 요금에 섞이면 가정 고객도 일부를 나눠 내게 됩니다. 데이터센터가 계획보다 전기를 덜 쓰거나 일찍 떠나면, 남은 비용은 고스란히 기존 고객에게 돌아갑니다. 법안의 사전 재정 보증과 조기 해지 조항은 이 위험을 겨냥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미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2023년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4.4%를 차지했고, 2028년에는 6.7~12%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개별 시설 하나가 수백 메가와트를 쓰는 경우가 늘면서, 지역 전력망이 한꺼번에 감당해야 하는 증설 규모도 커졌습니다.
반대편의 지적과 상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왔습니다. NBC 뉴스에 따르면 베로니카 에스코바르 의원(민주당)은 이 법안이 최소한에 그친다고 말했고,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은 법안 통과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비칠까 우려했습니다. 상원에서는 마틴 하인리히 의원이 하원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원 통과는 불투명합니다. 상원에는 자체 데이터센터 법안들이 있지만 아직 진전된 것이 없고, 11월 중간선거 전에는 일정이 빠듯해 선거 뒤 회기에야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안 조항에 명시된 대상은 새로 짓는 설비의 비용이고, 수요가 늘어 도매 전력 가격이 오르는 효과는 따로 다루지 않습니다.
이번 법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데이터센터 투자비 계산에 전력망 계약 조건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AI 설비 투자는 칩과 건물 위주로 계산됐지만, 사전 보증과 조기 해지 비용이 붙으면 부지마다 전력회사와 맺는 계약이 수익성에 직접 반영됩니다. 자체 발전 설비를 붙이거나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 지역을 찾는 수요가 늘 수 있고, 부지를 고를 때 얼마나 빨리 전기를 끌어올 수 있느냐가 지금보다 더 큰 변수가 됩니다. 국내에서도 2024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뒤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에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적용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입지와 전력망 비용을 함께 따지는 흐름은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