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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2026.09.01

중앙은행 준비자산에서 금이 미 국채를 앞섰습니다

글쓴이오레놀 대덕2026.09.01

유럽중앙은행이 6월 3일 보고서에서 2025년 말 세계 중앙은행 준비자산 가운데 금이 27%를 차지해 22%인 미 국채를 제치고 가장 큰 준비자산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1년 전에는 금이 20%, 미 국채가 25%였습니다.

표준 규격 400온스 금괴. 이미지: Andrzej Barabasz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표준 규격 400온스 금괴. 이미지: Andrzej Barabasz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직전 한 주의 금 시세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8월 28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뒤 9월 금리 인상을 보는 시장 확률이 35%에서 60%로 올랐습니다. 금값은 그날 3% 넘게 밀렸고 8월 31일에는 온스당 4,450달러 아래에서 진정됐습니다.

준비자산 구성은 더 긴 시간에 걸쳐 바뀌었습니다. 유럽중앙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금은 2025년 말 기준으로 미 국채를 앞섰고, 유로화 자산은 15%로 1년 전과 같았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정학적 긴장이 중앙은행의 금 수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금협회가 6월 16일 내놓은 조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조사에 응한 76개 중앙은행 가운데 89%가 앞으로 1년 동안 세계 금 보유가 늘어난다고 보았고, 자기 기관의 보유를 늘리겠다고 답한 곳은 45%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5년 안에 달러 보유를 줄이겠다고 답한 곳은 74%였습니다.

자리를 바꾸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자료: 유럽중앙은행 보고서(2026/6/3)
자리를 바꾸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자료: 유럽중앙은행 보고서(2026/6/3)

중앙은행이 금을 늘려 온 배경

투자자가 자산을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수익률입니다. 이자가 붙는 국채와 이자가 없는 금을 나란히 놓으면 금리가 오를수록 금의 상대적 조건이 나빠집니다. 8월 28일의 하락도 이 계산에서 나온 움직임입니다.

중앙은행의 준비금은 수익을 목적으로 굴리는 자산과 성격이 다릅니다. 급할 때 꺼내 쓰려고 쌓아 두는 재원이기 때문에, 판단 기준도 수익률보다 필요한 시점에 실제로 쓸 수 있는지에 가깝습니다.

미 국채 보유는 예치기관의 장부에 기록으로 남습니다. 누가 얼마를 가졌는지가 그 장부에 적혀 있고, 장부를 관리하는 기관은 특정 국가의 관할 안에 있습니다. 자국 금고에 보관한 금을 옮기거나 처분할 때는 다른 나라의 승인 절차가 끼어들지 않습니다.

금리가 오를수록 국채가 유리해지는 계산과 동결 위험이 커질수록 금이 유리해지는 계산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지난 몇 해 동안에는 뒤쪽 계산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준비금을 굴리는 기관은 값이 오르면 매수량을 줄일 수는 있어도 보유 방침 자체를 자주 바꾸지는 않습니다.

한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습니다. 자료: 세계금협회 골드 디맨드 트렌드 2026년 2분기
한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습니다. 자료: 세계금협회 골드 디맨드 트렌드 2026년 2분기

분기마다 크게 흔들리는 매수량

2026년 2분기 중앙은행의 금 순매수는 289톤으로 1분기 수정치 57톤의 다섯 배였고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습니다. 폴란드의 꾸준한 매수가 이 물량을 받쳤습니다.

분기별 숫자의 진폭은 큽니다. 1분기 순매수가 낮았던 것은 튀르키예와 러시아, 아제르바이잔이 보유분을 팔았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은 매 분기 사들이기만 하지 않고, 쓸 일이 생기면 팔기도 합니다.

여러 해를 놓고 보면 방향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4년 연평균 순매수는 그 앞 10년 평균의 두 배 수준입니다.

프랑스은행의 금괴. 이미지: Ibex73 / Wikimedia Commons (CC BY 4.0)
프랑스은행의 금괴. 이미지: Ibex73 / Wikimedia Commons (CC BY 4.0)

2022년 러시아 준비금 동결

2022년 2월 주요 7개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 준비금 약 3,000억 달러를 동결했습니다. 이 가운데 2,000억 달러가량은 벨기에의 한 예치기관이 관리하던 자산이었습니다. 중국 안에 둔 보유분과 자국 금고에 있던 금은 동결 대상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조치는 한 나라를 상대로 한 것이었지만, 준비자산이 보관 장소와 관할에 따라 쓸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다른 중앙은행들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라가르드 총재가 지목한 지정학적 긴장도 이 맥락과 이어져 있습니다.

수치를 읽을 때 감안할 부분도 있습니다. 준비자산 비중은 시장가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금 비중이 오른 데에는 매수량과 함께 금값 상승분이 들어 있고, 값이 내리면 비중도 따라 내려갑니다. 8월 28일의 3% 하락이 그런 경우입니다. 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고 보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준비금 전체를 금으로 채우기도 어렵습니다. 달러로 표시된 자산 전체는 여전히 42%로 가장 큰 몫이고, 비중이 줄어든 쪽은 그 안의 미 국채입니다. 금 보유 확대 전망을 담은 조사를 내놓은 세계금협회가 금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자료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금값의 방향보다 준비자산을 고르는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루치 가격은 여전히 금리가 정하지만, 몇 해에 걸쳐 비중이 바뀐 부분은 수익률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조사에 응한 76개 기관 가운데 74%가 달러 비중 축소를 답했다는 것은 개별 기관의 판단을 넘어 공통된 전제가 자리 잡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미 국채 수요의 한 축이 얇아집니다. 가격 조건을 크게 따지지 않고 꾸준히 사 주던 매수 주체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비중 자체는 금값에 따라 되돌아갈 수 있는 숫자여서, 방향을 확인하려면 비중보다 분기별 매수 톤수를 몇 분기 더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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