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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2026.10.05

도시바, AI 데이터센터용 하드디스크 생산 두 배로

글쓴이오레놀 대덕2026.10.05
도시바 노트북용 하드디스크의 읽기·쓰기 헤드. 원판 위를 떠서 움직이며 자기 신호를 기록합니다. 이미지: Raimond Spekking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도시바 노트북용 하드디스크의 읽기·쓰기 헤드. 원판 위를 떠서 움직이며 자기 신호를 기록합니다. 이미지: Raimond Spekking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도시바가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하드디스크 생산능력을 2027회계연도 안에 두 배로 늘린다고 닛케이가 10월 2일 보도했습니다. 필리핀 공장에 약 600억 엔(약 3억 8,000만 달러)을 들이는 계획으로, 도시바가 하드디스크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은 약 5년 만입니다.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2025년 수준과 비교해 AI 데이터센터용 하드디스크 생산능력을 2027회계연도(2028년 3월 종료) 안에 두 배로 키웁니다(지난 자료·원공개 10/02). 트렌드포스 정리를 보면 필리핀 공장에 생산 라인을 더하고, 드라이브 한 대에 담는 용량을 최대 40% 늘린 신제품도 함께 생산합니다. 검사 공정과 클린룸 작업을 자동화해 증설에 보통 필요한 추가 인력을 약 40% 줄이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습니다.

도시바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출하 용량 기준으로 10% 남짓입니다. 회사는 이를 중기적으로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30년에는 65TB급 하드디스크를 양산한 뒤 100TB급으로 넘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계획은 닛케이 보도로 알려졌으며, 회사가 낸 별도 보도자료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도시바 하드디스크 시장 점유율, 현재와 중기 목표. 자료: 닛케이, 트렌드포스
도시바 하드디스크 시장 점유율, 현재와 중기 목표. 자료: 닛케이, 트렌드포스

경쟁사 물량은 2028년 이후까지 계약돼 있습니다

하드디스크 시장은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도시바 세 회사가 나눠 갖고 있습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씨게이트는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하드디스크(니어라인) 생산능력을 2028년분까지 고객에게 배정했고, 일부 고객 수요는 2029년 이후까지 이어집니다. 웨스턴디지털도 2027년 공급분 대부분을 계약했고 2028~2029년 물량 일부를 이미 배정했습니다. 니어라인은 데이터센터에서 늘 켜져 있으면서도 자주 꺼내 쓰지는 않는 데이터를 담는 제품군입니다.

증권사 에버코어는 보도 직후 코멘트에서 웨스턴디지털이 2031년까지 이어지는 장기계약을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날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주가는 각각 10% 넘게 내렸습니다. 공급이 세 회사에 모여 있어 한 회사의 증설 계획이 나머지 두 회사의 가격 전망에 바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드디스크 원판과 헤드 팔. 회전하는 원판 표면의 자기 영역에 데이터를 기록합니다. 이미지: Mk2010 / Wikimedia Commons (CC BY 4.0)
하드디스크 원판과 헤드 팔. 회전하는 원판 표면의 자기 영역에 데이터를 기록합니다. 이미지: Mk2010 / Wikimedia Commons (CC BY 4.0)

AI 데이터 보관에 하드디스크를 쓰는 이유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쓰임새에 따라 나눠 저장합니다. 모델이 바로 읽어야 하는 데이터는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SSD)에 두고, 학습용 원본 데이터와 로그, 생성 결과물처럼 오래 쌓아 두는 데이터는 하드디스크에 둡니다. 하드디스크는 SSD보다 읽고 쓰는 속도가 느린 대신 같은 용량을 더 싸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AI 학습과 서비스가 늘면서 쌓아 둬야 할 데이터의 양이 빠르게 불어난 것이 이번 수요의 배경입니다.

용량 경쟁은 원판 한 장에 얼마나 촘촘히 기록하느냐의 싸움입니다. XenoSpectrum 정리에 따르면 도시바의 최신 M12 시리즈는 3.5인치 드라이브 하나에 원판 11장을 넣었고(이전 10장), 알루미늄 대신 유리 기판을 쓰며 내부를 헬륨으로 채웠습니다. 기록 방식은 헤드 옆에서 마이크로파 에너지를 더해 더 작은 자기 영역에 쓰는 MAMR입니다. 트랙을 기와처럼 겹쳐 쓰는 SMR 제품은 30~34TB로 3월 말 샘플을 냈고, 일반 방식(CMR) 제품은 최대 28TB입니다. 34TB 제품을 쓰면 28TB 제품보다 1PB를 채우는 데 드라이브가 약 17% 덜 들고, TB당 전력은 약 18% 줄어든다고 회사는 설명합니다.

주요 제조사가 밝힌 3.5인치 하드디스크 용량. 자료: 도시바·씨게이트·웨스턴디지털 발표(XenoSpectrum 정리)
주요 제조사가 밝힌 3.5인치 하드디스크 용량. 자료: 도시바·씨게이트·웨스턴디지털 발표(XenoSpectrum 정리)

생산능력과 점유율은 따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려도 점유율이 같은 비율로 오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경쟁사도 드라이브당 용량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씨게이트는 레이저로 원판을 순간 가열해 기록하는 HAMR 방식의 44TB 제품을 3월부터 대형 클라우드 고객에 대량 출하하고 있고, 웨스턴디지털은 40TB 제품을 하반기에 양산하고 2027년에 HAMR 생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도시바의 40TB급 제품은 2027년 출시 예정이어서 드라이브당 용량에서는 경쟁사보다 출시가 늦습니다.

데이터센터 고객은 같은 랙 공간과 전력에 더 많은 용량을 넣는 쪽을 고르므로, 증설 물량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려면 용량 격차를 좁혀야 합니다. 반대로 경쟁사 물량이 몇 년 치 계약으로 묶여 있다는 점은 당장 물건을 구하려는 고객에게 도시바가 대안이 될 여지를 줍니다.

메모리에 이어 저장장치도 장기계약의 영역으로

이번 보도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AI 수요가 D램과 HBM, 낸드를 거쳐 하드디스크의 공급 구조까지 바꿨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론이 고객 선수금 320억 달러를 받고 2030년까지 물량을 계약한 것처럼, 하드디스크 업체들도 몇 년 뒤 생산분을 미리 배정하는 방식으로 가격 협상력을 확보해 왔습니다. 세 공급자 가운데 한 곳이 증설을 택하면서, 장기계약이 받쳐 온 가격 수준이 얼마나 유지되는지가 앞으로 확인할 부분입니다.

국내에는 하드디스크를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영향은 데이터센터를 짓는 쪽의 조달 단가로 먼저 나타납니다. 도시바의 증설 물량이 실제로 풀리는 2027~2028년이 경쟁사의 장기계약 갱신 시점과 겹친다는 점도 함께 볼 만합니다.

글 오레놀 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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