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09
메모리값이 스마트폰 가격표로 넘어왔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9월 3일 내놓은 집계에 따르면 이미 판매 중인 스마트폰의 소매가는 2026년 들어 평균 15% 올랐습니다. 올해 나온 새 기종은 전작보다 25% 비싸게 책정됐고, 회사는 원인으로 메모리 반도체 값을 지목했습니다.
어디서 얼마나 올랐나
카운터포인트는 자체 가격 추적 도구로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인 4,000여 개 기종의 소매가를 집계했습니다. 올해 값이 오른 기종은 전체의 40%를 넘습니다.
상승 폭은 지역마다 갈렸습니다. 인도가 21%로 가장 컸고 아시아태평양 19%, 중동·아프리카 18%, 중남미 16%가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중국은 10%, 유럽은 7%, 미국은 5%에 그쳤습니다. 회사는 이 격차를 시장별 제품 구성의 차이로 설명했습니다.
메모리 값 자체는 더 크게 움직였습니다. 카운터포인트는 2025년 4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이 네 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애플은 아이폰 가격을 그대로 뒀습니다. 리서치 디렉터 타룬 파탁은 메모리가 스마트폰 자재비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 되면서 업계 전반의 가격 체계가 다시 짜였고 제조사가 비용을 흡수할 여지는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선임 애널리스트 카른 차우한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신제품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며 곧 나올 아이폰 18 시리즈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값이 오른 경로
D램 공장의 생산 능력은 웨이퍼 투입량으로 정해집니다. 웨이퍼는 반도체를 찍어 내는 둥근 실리콘 원판이고, 한 장에서 잘라 낼 수 있는 칩의 수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가 같은 용량을 만드는 데 훨씬 많은 웨이퍼를 쓴다는 점입니다. 고대역폭 메모리는 D램 칩을 여러 장 쌓아 붙여 만들기 때문에 공정 단계가 늘고 중간에 버려지는 물량도 많습니다. 마이크론은 핫칩스 2026 행사에서 HBM3E로 같은 비트를 만들려면 DDR5의 약 세 배에 해당하는 웨이퍼가 든다고 밝혔고, 다음 세대인 HBM4에서는 이 비율이 더 벌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같은 생산 설비에서 두 제품을 함께 만듭니다.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의 마진이 높으니 웨이퍼가 그쪽으로 옮겨 가고,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에 배정되는 몫은 줄어듭니다. 마이크론은 HBM 생산 능력을 월 6만 장 더 늘려 연말까지 월 10만 장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전해졌습니다. 증설분이 고대역폭 쪽으로 가는 동안 범용 D램의 공급은 늘지 않습니다.
제조사가 쓸 수 있는 대응은 값을 올리거나 사양을 낮추는 것입니다. 카운터포인트가 집계한 15%는 앞의 선택이 실제 가격표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것
이 숫자는 소매가를 추적해 얻은 추정치이고 제조사가 공개한 판매 단가가 아닙니다. 지역별 격차를 제품 구성 차이로만 설명한 대목도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인도와 미국의 상승 폭이 네 배 넘게 벌어진 데에는 환율과 유통 구조, 통신사 보조금 관행 같은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는데 보고서는 그 부분까지 나누지 않았습니다.
값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방향도 함께 봐야 합니다. 낮은 가격대의 기기부터 판매가 꺾이면 메모리 수요 자체가 눌리고, 지금의 부족은 예상보다 이르게 풀릴 수 있습니다. 증설 물량이 언제 시장에 들어오는지도 아직 확정된 정보가 아닙니다.
국내 기업이 서 있는 자리
이번 집계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 업계 안에서 끝나지 않고 완제품 가격표까지 도달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값이 오른 메모리를 파는 쪽에 있고, 삼성전자는 그 메모리를 사서 스마트폰을 만드는 쪽에도 함께 있습니다. 메모리 사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세트 사업의 원가가 올라가는 구조라, 두 사업의 방향이 어떻게 상쇄되는지는 올해 남은 분기의 실적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가 여력을 가늠할 자리도 곧 나옵니다. 애플은 한국 시각 9월 10일 새벽에 신제품 행사를 엽니다. 메모리 값이 네 배로 오른 기간에도 가격을 유지해 온 회사가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하는지, 아니면 카운터포인트의 전망대로 인상 쪽으로 도는지가 이 사이클에서 소비자가 어디까지 부담을 지는지를 보여 줄 첫 표본이 됩니다.
글 오레놀 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