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10.01
늙은 근육의 섬유 전환, 카디오리핀 감소가 신호였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이 9월 29일 네이처 에이징에 낸 논문에서, 미토콘드리아 막에만 있는 지질인 카디오리핀이 나이 들며 줄어드는 것이 근육 섬유 구성을 바꾸는 신호라는 것을 생쥐 실험으로 보였습니다. 카디오리핀을 정상의 3분의 2 수준까지 되돌리자 근위축이 되돌아가기 시작했고 조기 사망도 사라졌습니다.
나이 들수록 늘어나는 '느린 근섬유'
골격근은 크게 두 종류의 섬유로 이뤄져 있습니다. 빠른 근섬유는 포도당을 빨리 태워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고, 느린 근섬유는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품고 지방을 천천히 태우며 오래 버팁니다. 나이가 들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은 떨어지는데 근육 구성은 오히려 미토콘드리아가 많은 느린 섬유 쪽으로 기웁니다. 이 모순이 왜 생기는지는 그동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코펜하겐대 노보노디스크재단 기초대사연구센터의 파비안 핑거 조교수와 재커리 거하트-하인스 교수 연구팀은 그 연결 고리로 카디오리핀을 지목했습니다. 카디오리핀은 미토콘드리아 안쪽 막에만 있는 지방 분자로, 에너지를 만드는 단백질들이 막 위에 제대로 자리 잡도록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근육 인지질 전체의 2%도 안 되는 적은 양입니다.
합성 효소를 없애자 젊은 생쥐가 늙은 근육을 가졌다
연구팀은 먼저 2살 생쥐와 9주 된 생쥐(각 6마리)를 비교해 늙은 생쥐 근육에서 카디오리핀이 줄고, 이를 만드는 효소 CRLS1의 유전자 발현이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 근육에서도 53~69세 5명이 20~30대 4명보다 카디오리핀 총량과 합성 관련 유전자 발현이 낮았습니다.
다음으로 젊은 생쥐의 근육에서만 CRLS1을 없애 카디오리핀을 인위적으로 줄였습니다. 그러자 빠른 섬유가 작고 느린 섬유로 바뀌고 근육이 위축되는 등 노화한 근육의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성체 생쥐에서 효소를 없앤 모델에서는 5주 만에 악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태어날 때부터 효소가 없는 생쥐는 생후 4개월 무렵 죽었습니다. 숨 쉬는 근육인 횡격막에서도 효소가 줄어 있었습니다.
신호를 받은 것은 핵수용체 ERRγ
연구팀은 카디오리핀이 줄어든 근육에서 섬유 종류를 정하는 조절 인자 12개를 살폈고, 그중 에스트로겐 관련 수용체 감마(ERRγ)의 발현 변화가 미토콘드리아 양의 변화와 가장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늙은 생쥐의 빠른 근육에서도 ERRγ가 늘어 있었습니다. 배양한 근육세포에서 CRLS1을 줄이면 느린 섬유 단백질이 늘었지만, ERRγ를 함께 줄이거나 억제제로 막으면 이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CRLS1을 줄였을 때 바뀐 유전자 773개 중 626개가 ERRγ에 의존했습니다.
섬유가 바뀐 근육은 대사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카디오리핀이 없는 생쥐는 오히려 혈당 처리 능력이 좋아졌는데, 근육이 포도당을 더 많이 빨아들여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항산화 경로로 돌렸기 때문입니다. 제1저자 핑거는 대학 보도자료를 옮긴 기사에서 섬유 전환은 근육이 힘을 일부 내주는 대신 손상을 막는 쪽을 택한 적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되돌리기 실험과 한계
성체 모델에서 효소 제거를 멈추자 CRLS1이 조금씩 다시 만들어졌고, 카디오리핀은 정상 대비 27%에서 67%까지 회복됐습니다. 이 정도 회복만으로 체중 감소와 근위축이 되돌아가기 시작했고 조기 사망도 완전히 막혔습니다.
다만 이 회복은 유전자 제거를 멈춰서 생긴 것이고, 약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시험되지 않았습니다. 생존 비교에 쓰인 생쥐는 대조군 8마리, 결핍군 4마리, 회복군 7마리로 적습니다. 사람 자료는 9명에게서 카디오리핀이 나이와 함께 줄어든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사람에서 카디오리핀 감소가 섬유 전환을 일으킨다는 인과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효소를 통째로 없앤 모델은 자연 노화에서 카디오리핀이 서서히 줄어드는 과정과 다르고, 연구팀도 염증이나 인슐린 저항성 같은 노화의 다른 특징은 이 모델에서 나타나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관점
이번 연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노화한 근육의 섬유 전환을 근육의 방어 반응으로 해석했다는 점입니다. 이 해석이 맞다면 섬유 전환을 직접 막는 개입은 오히려 근육의 방어를 걷어낼 수 있고, 치료 표적은 그보다 위쪽인 카디오리핀 합성으로 옮겨 가게 됩니다.
카디오리핀에 붙는 약은 이미 있습니다. 엘라미프레타이드는 카디오리핀 결함으로 생기는 희귀질환 바스 증후군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습니다. 반면 같은 약은 2019년 원발성 미토콘드리아 근병증 3상에서 1차 목표인 6분 걷기 거리 개선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카디오리핀을 3분의 2까지만 되돌려도 근육이 반응했다는 점에서, 노인 근감소증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 어느 정도의 회복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하나 더한 셈입니다.
글 오레놀 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