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28
망막이 얇은 사람, 심방세동이 더 생겼습니다
영국 무어필즈 안과병원과 런던대 연구진이 망막 단층 촬영으로 잰 신경층 두께가 심방세동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9만 명 넘는 두 연구 집단을 본 결과, 망막 신경층이 얇은 사람은 심장 진단이 나오기 전부터 심방세동이 새로 생길 위험이 높았습니다.
(지난 자료·원공개 09/10. 노화 연구 뉴스레터 파이트에이징이 9월 28일자 호에서 다시 소개)
두 연구 집단, 9만 명의 눈
논문은 9월 10일 PLOS Digital Health에 실렸습니다. 제1저자는 무어필즈 안과병원과 UCL 안과학연구소의 요제프 후머이고, 버밍엄 대학의 심장내과 연구자 디팍 코테차, 안과 AI 연구자 피어스 킨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연구진은 두 집단을 썼습니다. 하나는 무어필즈 병원 환자 데이터인 AlzEye 5만 651명으로, 이 가운데 5,375명(11.3%)이 이미 심방세동을 앓고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영국 일반인을 오래 추적해 온 UK 바이오뱅크 3만 9,539명입니다. 두 집단 모두 황반(시력을 담당하는 망막 중심부)을 가운데 둔 안저 사진과 빛 간섭 단층촬영(OCT)을 찍었습니다. OCT는 빛을 이용해 망막을 단면으로 자른 듯 보여 주는 검사로, 층마다 두께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잴 수 있습니다.
무엇이 나왔나
한 시점의 사진을 비교한 분석에서는 심방세동 환자의 망막 안쪽 신경층 세 가지(신경절세포층, 내망상층, 내핵층)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얇았습니다. 더 의미 있는 결과는 추적 분석에서 나왔습니다. UK 바이오뱅크에서 촬영 당시 심방세동이 없던 3만 9,013명을 평균 약 4년 지켜본 결과 838명(2.1%)이 새로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습니다.
여러 위험 요인을 함께 보정한 모형에서, 신경절세포층과 내망상층을 합친 두께가 1표준편차 얇을 때마다 심방세동이 생길 위험은 1.27배(95% 신뢰구간 1.05~1.54)였습니다. 망막신경섬유층은 1.18배(1.01~1.37)였습니다. 표준편차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께가 흔히 벌어지는 폭을 뜻합니다.
왜 눈을 보나
망막은 뇌와 같은 중추신경계 조직이면서, 가는 혈관과 신경층을 절개 없이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부위입니다. 이 때문에 망막 영상으로 심혈관·뇌 질환의 위험을 가름하는 연구가 늘어 왔고, 이 분야를 안과학(ophthalmology)에 유전체학 같은 ‘-오믹스’를 붙여 오큘로믹스라고 부릅니다. 심방세동은 심장 윗부분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부정맥으로, 나이가 들수록 흔해지고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증상이 없거나 간헐적으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늦게 발견되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망막 신경층이 얇아지는 것이 심방세동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두 현상이 공통의 혈관 노화에서 같이 나오는 것인지는 이번 연구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논문은 연관성을 재는 통계 모형을 썼고, 개인의 발병을 맞히는 예측 모델의 정확도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이 밝힌 한계
심방세동 진단은 본인 응답과 입원 기록에 기대고 있어 잘못 분류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이따금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은 덜 잡혔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 집단 모두 전체 인구를 대표하지 못합니다. 새로 진단받은 사람의 약 20%는 촬영 후 24개월 안에 진단받았는데, 이미 병이 있었지만 발견이 늦었을 가능성도 남습니다. 위험비 자체도 1.2배 안팎으로, 이 지표 하나만으로 개인의 발병 여부를 가르기에는 부족합니다.
관점
이번 연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검사 비용과 접근성입니다. OCT는 이미 안과의 일상 장비이고, 촬영은 몇 분이면 끝납니다. 심장 검사를 따로 받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안과 검진 사진 한 장이 심장·뇌 위험의 단서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노화를 여러 장기에 걸쳐 싸게 재는 방법의 후보로 볼 만합니다. 다음에 필요한 것은 망막 지표를 기존 위험 점수에 더했을 때 예측이 실제로 나아지는지를 보여 주는 검증 연구이고, 안과 영상과 진료 기록이 함께 쌓여 있는 국내 대형 병원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