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01
약 없이 낸 흑자
인공지능으로 약을 찾는 회사가 반기 흑자를 냈습니다. 그 돈은 약을 팔아서 번 것이 아닙니다.
8월 26일 인실리코 메디슨이 2026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1억 63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7.2% 늘었고, 순이익은 3,554만 달러, 조정 순이익은 5,123만 달러입니다. 영업현금흐름은 플러스로 돌아섰고 6월 30일 기준 현금과 투자자산은 5억 8,480만 달러입니다. 매출의 거의 전부인 1억 310만 달러가 신약 발굴과 파이프라인 개발에서 나왔고 소프트웨어는 270만 달러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매출총이익률 90.3%입니다(지난 자료·원공개 08/26).
이 실적을 두고 나오는 해석은 대체로 하나입니다. 인공지능 신약 개발이 드디어 돈이 됐다는 것입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다만 이 설명으로는 이익률이 왜 90%인지가 풀리지 않습니다. 약을 만들어 파는 회사에서는 그런 숫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파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신약 개발의 돈은 대부분 임상에서 나갑니다. 사람에게 먹여 보는 일에는 병원과 환자와 시간이 들고, 거기서 쓰는 돈은 복제되지 않습니다. 한 명을 더 넣으면 한 명치가 더 들어갑니다.
인실리코가 파는 것은 그 앞 단계입니다. 병의 원인이 될 만한 단백질을 지목하고, 거기 붙을 분자를 설계하고, 동물에서 확인한 자료를 묶어 넘깁니다. 넘기는 물건은 데이터와 특허입니다. 같은 것을 두 번째 고객에게 넘기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은 거의 없습니다. 이익률 90%가 여기서 나옵니다.
대신 값을 받는 시점이 앞으로 당겨집니다. 계약을 맺는 날 선급금이 들어오고, 상대가 개발을 진행하면 단계마다 추가로 들어옵니다. 상반기 매출이 세 배 넘게 뛴 것은 약이 팔렸기 때문이 아니라 계약이 여러 건 몰렸기 때문입니다. 일라이릴리와의 계약에서 선급금 1억 1,500만 달러가, 세르비에와의 계약에서 3,200만 달러가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계약 총액과 들어온 돈은 다릅니다
2026년 인실리코가 발표한 계약의 총가치는 약 73억 달러입니다. 상반기에 실제로 매출로 잡힌 것은 1억 630만 달러입니다. 1.5%입니다.
그러면 이 회사의 앞으로의 매출은 자기 실행이 아니라 남의 실행에 달려 있습니다. 리드 물질을 넘겨받은 제약사가 임상을 진행해야 다음 돈이 나옵니다. 반대로 임상이 실패해도 그 비용은 상대방이 치릅니다. 손익이 실패와 분리된 구조입니다.
노화가 이 방식의 첫 시험대입니다
이 회사가 직접 끌고 가는 물질도 있습니다. 렌토서티브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표적으로 지난 7월 7일 3상에 들어갔습니다. 폐가 딱딱해지면서 숨이 차는 병이고 나이가 들수록 늘어납니다. 중국 47개 기관에서 320명을 모아 52주 동안 보며, 1차 지표는 1년간 폐활량이 줄어드는 속도입니다.
앞서 다른 2상에서는 22개 기관의 71명을 12주 동안 봤고, 60mg를 하루 한 번 먹은 군의 폐활량이 평균 98.4mL 늘어난 반면 위약군은 20.3ㅑmL 줄었습니다. 이 결과는 지난해 6월 네이처 메디슨에 실렸습니다.
표적을 고른 방식이 이 섹션과 연결됩니다. TNIK이라는 단백질을 지목할 때 회사는 섬유화된 조직의 다중 오믹스 자료와 인과 추론, 문헌과 특허에 더해 노화 관련 표적 점수를 함께 넣었습니다. 섬유화는 폐에서도 심장에서도 콩팥에서도 비슷한 기전으로 진행합니다. 표적 하나가 여러 질환으로 퍼질 수 있다는 기대가 계약 총가치를 키우는 함수입니다.

1990년대의 조합화학
전례가 있습니다. 1990년대 제약사들은 분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걸러 내는 조합화학 플랫폼에 큰돈을 냈고, 그 플랫폼을 가진 회사들은 선급금과 단계별 대금으로 매출을 세웠습니다. 파는 것이 약이 아니라 약을 찾는 방법이었다는 점에서 모양이 같습니다.
다른 점이 더 중요합니다. 그때 플랫폼이 판 것은 분자의 양이었습니다. 많이 만들면 그중 하나는 듣겠지라는 셈이었고, 그 셈은 대체로 틀렸습니다. 지금 팔리는 것은 표적의 선택입니다. 어디를 건드릴지를 먼저 고르고 그다음에 거기 맞는 분자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때의 플랫폼 회사들은 자기 물질을 후기 임상까지 끌고 가지 못했습니다.
반대 근거도 분명합니다. 이번 이익의 큰 부분은 선급금이므로 다음 반기에도 흑자가 남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렌토서티브의 2상은 71명을 12주 본 시험이고, 폐활량은 환자가 오래 산다는 뜻을 대신하는 대리 지표입니다. 52주 동안 감소 속도가 정말 달라지는지는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이 표적을 골랐다는 것과 그 표적이 옳았다는 것은 다른 문장입니다.
남는 것
첫째, 인공지능의 값이 먼저 잡히는 자리는 물건이 아니라 정보입니다. 이익률 90%가 그 표시입니다.
둘째, 위험이 옮겨 갑니다. 발굴은 한쪽이 하고 임상은 다른 쪽이 합니다. 실패의 값도 다른 쪽 장부에서 계산됩니다. 그러면 발굴 회사의 주가는 약의 성공률이 아니라 계약의 수로 움직입니다.
셋째, 노화 관련 질환이 이 구조에 가장 잘 맞습니다. 섬유화와 염증처럼 여러 장기에서 같은 기전이 도는 문제는 표적 하나를 여러 적응증으로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73억 달러가 발표됐고 1억 달러가 들어왔습니다. 나머지 72억을 결정하는 것은 이 회사의 알고리즘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