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07
미 전쟁부, 호주 갈륨 공장에 1억 7,400만 달러 지분 투자
미국 전쟁부가 8월 31일 호주 서부의 알코아 정련소에 갈륨 생산 설비를 짓기 위해 1억 7,400만 달러를 지분으로 넣기로 했습니다. 일본 정부와 소지츠도 함께 참여합니다. (지난 자료·원공개 08/31)
발표된 내용
미국 전쟁부(2025년 국방부에서 이름을 바꿈)는 8월 31일 갈륨 공급망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호주 서부 와게럽에 있는 알코아의 알루미나 정련소 안에 갈륨 생산 시설을 새로 짓는 사업이고, 예상 투자액은 1억 7,400만 달러입니다. 지원 방식으로는 보조금 대신 지분 참여를 택했습니다.
참여 주체는 여럿입니다. 호주 수출금융공사와 일본 정부, 일본 종합상사 소지츠가 함께 들어가고, 시설은 알코아 호주 법인이 운영합니다. 연간 생산 목표는 갈륨 금속 100톤입니다.
갈륨은 고성능 반도체에 쓰입니다. 전쟁부는 지상 미사일 방어 체계와 함정·항공기용 레이더, 적외선 센서, 군용 위성통신 장비를 용도로 지목했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약 98%를 차지하며, 2023년 수출통제를 도입한 뒤 이듬해에는 미국으로 가는 직접 물량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같은 방향의 움직임이 8월에 연달아 나왔습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8월 20일 핵심 광물 가공과 재활용 설비를 늘리기 위해 7개 사업에 5억 달러를 배정했고, 일본은 같은 날 에너지·금속광물기구가 자국 기업과 짝을 짓지 않고도 단독으로 해외 광물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가격이 둘로 갈라진 시장
수출통제가 남긴 가장 눈에 띄는 흔적은 같은 금속에 두 개의 값이 붙었다는 점입니다. 아시아타임스가 정리한 시장가를 보면 갈륨은 서방 창고에서 킬로그램당 2,100달러에 거래되는 반면 중국 내수 가격은 247달러입니다. 게르마늄은 서방이 6,000달러를 넘고 중국 내수는 3,100달러 수준입니다. 인듐은 서방 가격이 250달러에서 805달러로 올랐습니다.
이런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갈륨이 땅속에서 따로 캐내는 광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갈륨은 보크사이트를 알루미나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오는 용액에 아주 적은 양이 섞여 있고, 이를 따로 돌려 뽑아내는 설비를 붙여야 회수할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산업이 중국에 몰려 있다 보니 회수 설비도 거기에 몰렸고, 다른 나라들은 정련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갈륨을 뽑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업이 새 광산을 여는 대신 기존 정련소 안에 설비를 넣는 형태를 띠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보조금 대신 지분을 선택한 것도 같은 조건에서 나옵니다. 중국이 수출을 푸는 순간 가격은 다시 내려갈 수 있고, 그러면 새 설비는 단가 경쟁에서 밀립니다. 민간 자본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고, 지분을 들고 들어가면 정부가 그 위험을 나누어 지는 동시에 생산량 배분에도 개입할 근거를 갖게 됩니다.
시간이라는 변수
발표된 수치는 계획치입니다. 연간 100톤은 목표이며, 설비가 언제 가동해 언제 이 수준에 닿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생산된 갈륨을 반도체용으로 쓸 수 있는 순도로 정제하는 공정이 어느 나라에서 이뤄지는지도 발표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규모를 가늠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100톤은 미국이 군사 용도로 쓰는 분량을 메우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민수용 반도체 수요까지 덮는 규모는 아닙니다. 캐나다 반도체협의회의 폴 슬라비는 중국을 비켜 가는 공급망을 짜려면 자본과 정치적 의지가 완전히 뒷받침해도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무역 분쟁이 겹치면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서방 가격과 중국 내수 가격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두 가격은 거래 조건과 순도, 계약 형태가 같지 않을 수 있고, 중국 내수 가격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이 놓인 자리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금액보다 참여 방식입니다. 미국 전쟁부와 일본 정부, 호주 정책금융기관이 민간 기업 하나의 설비에 함께 지분을 넣었습니다. 소버린 AI 논의에서 나라가 연산 설비를 직접 사들이는 흐름과 같은 모양이, 이번에는 그 설비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 쪽에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갈륨을 쓰는 쪽에 서 있습니다.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와 화합물 반도체 공정이 국내에 있고, 재료는 대부분 들여옵니다. 이번처럼 정부 지분이 끼어 만들어지는 공급망은 물량을 배분할 때 참여국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어, 구매력만 가지고 줄을 서는 방식은 예전만큼 통하지 않게 됩니다.
글 오레놀 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