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7.23
허가받은 능력
가장 민감한 AI 능력은 이제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허가로 삽니다.
구글이 21일(현지시간) 새 제미나이 모델 세 개를 공개했습니다. 범용 3.6 플래시와 저가형 3.5 플래시 라이트는 곧바로 API에 풀렸습니다. 백만 토큰당 입력 1.5달러와 0.3달러,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표가 붙었습니다. 세 번째 모델인 3.5 플래시 사이버에는 가격표가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 검증하고 패치까지 만드는 보안 특화 모델인데, 정부와 검증된 파트너에게만 제공되는 제한 파일럿으로 출발했습니다. 공개 API도 없습니다.
플래시 사이버는 구글의 보안 에이전트 코드멘더에 통합돼, 샌드박스 안에서 직접 공격 코드를 만들어 취약점이 실재하는지 확인한 뒤 패치를 생성합니다. 취약점을 잘 찾는 모델은 그만큼 공격에도 능하다는 이중용도 문제가 제한의 이유입니다. 구글은 검증된 기관의 방어적 사용부터 시작해 위험을 가늠한 뒤에야 더 넓은 공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칩에서 모델로, 허가제의 이동
낯선 구도는 아닙니다. AI 칩이 수출 라이선스로 관리되듯, 이제는 모델의 특정 능력이 같은 방식으로 관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1월 하원 외교위원회가 AI 칩 수출 라이선스에 대한 의회 거부권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고, 행정부가 상위 칩의 대중 수출을 승인하며 완화로 기울자 의회가 통제권을 요구하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칩의 허가제는 정부가 만들었지만, 이번 허가제는 민간 기업이 스스로 설계했습니다. 규제가 오기 전에 기준을 먼저 쥐겠다는 계산으로 읽힙니다.
시장의 눈으로 보면 이는 소버린 AI 수요의 다른 얼굴입니다. 국가와 허가받은 기관만 살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날수록, 그 능력을 공급하는 회사는 가격 경쟁이 덜한 B2G 시장을 얻습니다. 공개 시장의 모델은 토큰 단가가 계속 내려가는 경쟁 상품이지만, 게이트 안의 능력은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계약 상품입니다. 마진이 어느 쪽에 남을지는 자명합니다.
전례가 봉인의 편이었던 적은 드뭅니다. 1990년대 미국은 강한 암호를 군수품으로 분류해 수출을 막았지만, 코드는 국경보다 빨랐고 그 통제는 십 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이번 게이트가 다른 점은 봉인의 대상이 수식이 아니라 모델과 컴퓨트, 그리고 그것을 돌리는 자본이라는 것입니다. 수식은 새어 나가도 데이터센터는 새어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허가제는 암호 전쟁보다 오래갈 수 있고, 오래갈수록 게이트 안팎의 격차는 복리로 벌어집니다.
봉인은 지식을 지키기 위해 시작되지만, 봉인을 쥔 손은 역사에서 늘 그 자체로 권력이 됐습니다. 능력의 허가제가 표준이 되는 세계에서, 허가 목록 바깥에 남은 쪽은 무엇으로 스스로를 지키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