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25
앤트로픽, 아카마이와 116억 달러 CPU 계약
앤트로픽이 9월 24일 콘텐츠 전송망 업체 아카마이와 7년간 116억 달러어치 클라우드 컴퓨팅을 쓰기로 계약했습니다. 구매 대상은 범용 연산을 맡는 중앙처리장치(CPU) 용량이며, 아카마이는 그 대가로 앤트로픽에 자사 지분을 최대 약 5%까지 살 수 있는 권리를 내줬습니다.
계약의 뼈대
아카마이는 9월 24일 보도자료에서 앤트로픽과 7년 기한, 116억 달러 규모의 약정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늘어나는 앤트로픽의 CPU 작업량을 아카마이 클라우드의 분산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는 내용입니다. 약정은 기간 안에 최대 90억 달러까지 늘릴 수 있어, 모두 채우면 약 200억 달러가 됩니다.
아카마이는 앤트로픽에 의결권 없는 전환우선주를 살 수 있는 워런트(정해진 값에 주식을 살 권리)를 발행했습니다. 보통주로 환산하면 770만 주, 발행주식의 약 5%이고 행사가격은 주당 111.33달러입니다. 이 가운데 약 2%는 이번 116억 달러 약정으로 확정되고, 나머지 약 3%는 추가 구매가 30억 달러 늘 때마다 약 1%씩 확정된다고 RuntimeWire는 전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카마이 주가는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약 20% 올랐습니다.
아카마이가 떠안는 투자
아카마이는 이 약정과 관련한 설비투자를 약 55억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올해 설비투자는 메모리를 포함한 부품을 미리 사 두려고 약 17억 달러 늘리기로 했고, 전자제조 업체 자빌이 기존 계약에 따라 약 17억 달러어치 메모리를 사들이도록 승인했습니다. 올해 매출 전망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회사 규모와 나란히 놓으면 계약의 크기가 드러납니다. 아카마이의 올해 매출 전망은 44억 4,500만~45억 3,000만 달러이고, AI 연산을 파는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9,900만 달러였습니다(2분기 실적). 116억 달러를 7년으로 똑같이 나누면 한 해 약 16억 6,000만 달러로, 이 사업부의 2분기 매출에 4를 곱한 연간 환산치(약 4억 달러)의 네 배가 넘습니다. 다만 연도별로 매출이 어떻게 잡힐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에이전트가 CPU를 부르는 이유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답을 생성하는 일은 주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맡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여러 단계를 처리하는 에이전트가 늘면 CPU가 할 일이 많아집니다. 에이전트는 답을 만드는 도중에 웹을 검색하고, 코드를 격리된 환경에서 실행하고, 외부 프로그램을 호출하는데, 이런 작업은 대부분 CPU에서 돌아갑니다.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인텔의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센터의 CPU 대 GPU 배치 비율이 이미 1대 8에서 1대 4로 좁혀졌고, 추론과 에이전트 작업이 늘면 1대 1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버 CPU 가격은 3월 이후 최대 20% 올랐습니다.

아카마이는 700여 개 도시에 서버를 흩어 놓은 콘텐츠 전송망에서 출발한 회사입니다. 회사는 사용자 가까운 곳에서 짧은 지연으로 작업을 처리하는 구조가 호출이 잦은 에이전트 작업에 맞는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앤트로픽은 지난달에도 영국 엔스케일의 웨스트버지니아 데이터센터에서 450억 달러어치 컴퓨팅을 빌리기로 했다고 로이터가 전했습니다.
발표에 빠진 것
이번 발표에는 서비스 시작 시점과 앤트로픽이 받게 될 CPU 용량, 실제로 돌릴 작업의 종류가 빠져 있습니다. 추가 90억 달러는 양사가 조건에 합의해야 늘어나는 선택지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워런트는 공급업체가 대형 고객에게 주식을 얹어 주는 방식이어서, 고객이 구매를 늘려야 지분이 확정되고 공급업체 주가가 올라야 가치가 생깁니다. 공급업체 쪽에서는 매출이 한 고객에 몰리는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2025년 10월 AMD가 오픈AI에 GPU 배치 규모에 따라 확정되는 워런트를 준 계약도 같은 구조였습니다.
관점
이번 계약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AI 기업의 컴퓨팅 구매 목록에 CPU가 수년짜리 별도 약정으로 올라왔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AI 인프라 계약은 GPU와 전력을 중심으로 맺어졌는데, 에이전트가 늘면서 GPU 곁에서 도는 범용 서버 수요도 몇 년 치를 미리 묶어 두는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공급업체는 그 약정을 근거로 부품을 선구매하고, 고객은 워런트로 공급업체의 성장 몫을 나눠 갖는 방식이 CPU 쪽으로도 번진 셈입니다.
국내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수요처가 GPU에 붙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범용 서버용 D램으로 넓어진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아카마이가 선구매 항목에 메모리를 따로 적고 자빌을 통해 17억 달러어치를 확보하기로 한 것은, 범용 서버 메모리도 계약과 함께 미리 잡아 두어야 하는 품목이 됐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