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8.20
점유율 줄어든 삼성 파운드리, 가격 최대 15% 인상
삼성전자가 지난 7월부터 첨단 파운드리 신규 수주 가격을 최대 15%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년 사이 삼성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1.5%에서 7.3%로 내려갔습니다.
로이터는 8월 19일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신규 수주분의 가격을 최대 15% 인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상은 7월부터 적용됐고, 대상의 중심은 4나노 공정인 SF4입니다. 미국과 중국 고객은 10~15%, TSMC의 본거지인 대만 고객은 5~10%를 받았습니다. 5나노 SF5도 10~15%, 8나노 공정은 10%에 가까운 인상률이 붙었습니다. 평택의 SF4 라인은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꽉 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점유율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삼성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2025년 2분기 11.5%에서 2026년 2분기 7.3%로 내려갔습니다. 1년 사이 3분의 1이 넘게 줄어든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TSMC의 점유율은 62.3%에서 70.2%로 올라갔습니다.
업계에서는 AI 수요로 TSMC 라인이 채워지면서 넘친 물량이 삼성으로 흘러왔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다만 이 설명만으로는 같은 공정에 지역별로 다른 값이 붙은 이유가 풀리지 않습니다. 대만 고객이 받은 SF4 견적과 중국 고객이 받은 SF4 견적은 같은 라인에서 나오는 같은 웨이퍼이고, 원가 구조도 같습니다.
지역별로 인상률이 갈린 이유
파운드리 계약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장비 감가상각과 마스크 세트, 수율이 들어가는 원가이고, 이 부분은 고객이 어디에 있든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한정된 캐파를 배정받는 대가입니다. 선단 노드는 착공에서 양산까지 2년에서 3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 공급이 사실상 고정돼 있고, 이 상태에서 남은 물량의 값은 고객이 쥔 대안의 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만 고객은 TSMC와 다시 협상하거나 대기 순번을 받아 기다리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중국 고객의 선택지는 그보다 좁습니다. 첨단 노드에 접근하는 경로가 수출 규제로 제한돼 있고, 자국 내 대체 공정은 세대가 뒤처져 있습니다. 미국 고객은 대안이 있지만 일정이 급한 편입니다. 인상률의 순서는 이렇게 고객이 가진 선택지의 폭과 대체로 겹칩니다.
지역별로 다른 값이 유지되려면 싸게 산 쪽이 비싸게 사는 쪽에 되파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웨이퍼는 고객의 설계를 새겨 만들기 때문에 다른 고객에게 넘길 수 없고, 이 때문에 지역별 가격 차이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점유율과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 것도 같은 구조에서 설명됩니다. 점유율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재는 지표이고, 가격은 남은 물량을 원하는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지는 국면에서는 비중이 줄어도 단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2021년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과 다른 점
비슷한 장면은 2020년 말부터 2021년까지 있었습니다. 자동차용 레거시 반도체가 품귀에 빠지자 선두가 아닌 파운드리들이 값을 올렸고, 완성차 회사들은 장기 계약과 선불 예약을 들고 줄을 섰습니다. 업계 순위보다 고객에게 대안이 있느냐가 값을 정했다는 점에서 지금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차이는 부족의 원인에 있습니다. 당시의 부족은 미뤄졌던 주문이 한꺼번에 돌아오면서 생긴 수요 충격이었고, 2022년 재고가 쌓이자 값은 되돌아갔습니다. 지금은 원인이 공급 쪽 구조에 걸려 있습니다. 선단 캐파는 리드타임이 길고, 수출통제는 고객의 선택지를 인위적으로 좁혀 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가격이 되돌아가는 속도는 2022년보다 느릴 수 있습니다. 다만 캐파는 결국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의 인상률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인상 폭과 지역별 차이는 로이터 보도로 알려진 수치이고, 점유율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추정치입니다. 개별 계약의 조건과 실제 적용 물량은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눈여겨볼 지점
이번 사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점유율과 수익성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라인이 얼마나 차 있고 그 계약이 몇 년짜리인지가 7.3%라는 숫자보다 회사의 실적을 더 잘 설명하는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삼성 파운드리를 점유율 표로만 읽어 온 습관은 가동률과 계약 기간을 함께 보는 쪽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통제가 작동하는 방식도 함께 볼 만합니다. 규제의 목적은 접근을 막는 데 있지만, 접근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구간에서는 접근 비용을 올리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중국 고객이 가장 높은 인상률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그 비용을 치를 의사가 있다는 뜻이고, 캐파가 희소해질수록 장기 계약과 선불 예약이 표준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