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17
중년에 끊은 성장호르몬, 생쥐 수명 8% 연장
미국 오하이오대 연구진이 생쥐가 중년에 이를 때 성장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를 없앴더니 암컷의 중간수명이 8%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늦게 시작한 개입도 수명을 늘릴 수 있는지를 물은 실험입니다. (지난 자료·원공개 09/05)
오하이오대학교 분자의학·노화연구소의 실바나 두란오르티스 연구진이 지난 9월 5일 학술지 에이징 셀에 논문을 실었습니다. 서던캘리포니아대와 텍사스대 샌안토니오 건강과학센터가 같이 참여했고,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비로 진행됐습니다. 저자들은 이해관계 충돌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생쥐가 생후 12개월이 됐을 때 성장호르몬 수용체 유전자를 꺼버렸습니다. 생쥐의 12개월은 사람으로 치면 중년입니다. 타목시펜이라는 약을 먹이면 그때부터 해당 유전자가 작동을 멈추도록 미리 설계해 둔 계통을 썼습니다. 수명을 재는 집단은 성별과 조건별로 30~35마리씩, 몸 상태를 들여다보는 집단은 9~12마리씩 두고 19개월과 23개월에 조직을 살폈습니다.
성장 신호가 끊기면 생기는 일
성장호르몬은 뇌 아래쪽 뇌하수체에서 나와 간에 있는 수용체에 달라붙습니다. 신호를 받은 간은 IGF-1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온몸으로 내보내고, 이 물질이 세포에 자라라는 지시를 전합니다. 수용체를 없애면 호르몬이 아무리 돌아다녀도 간이 신호를 읽지 못하니 이 지시가 끊깁니다.
실제로 수용체를 없앤 생쥐는 혈액 속 IGF-1이 뚜렷하게 줄고 성장호르몬 자체는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신호가 도달하지 않으니 몸이 호르몬을 더 내보내는 것으로, 예상했던 그대로의 변화입니다. 수컷 쪽에서 IGF-1이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암컷과 수컷의 결과가 갈렸습니다
수명은 암컷에서 분명하게 늘었습니다. 중간수명이 929일에서 1,003일로 8% 길어졌고(p=0.0492), 오래 산 개체들의 수명을 뜻하는 최대수명은 1,097일에서 1,231일로 12% 길어졌습니다(p=0.0280). 수컷은 중간수명이 943일에서 1,011일로 7% 늘었지만 통계적으로 확실하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고(p=0.0643), 최대수명은 차이가 없었습니다(p=0.1734).
몸 상태 지표는 반대로 수컷 쪽이 좋았습니다. 수컷은 인슐린 감수성이 뚜렷하게 개선됐고(p<0.0001), 회전하는 막대 위에서 버티는 시간과 악력이 늘었으며, 척추뼈 안쪽의 그물 구조도 대조군보다 온전했습니다. 암컷에서는 이런 항목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암수 모두에서 체지방 비율이 늘고 근육 등 나머지 조직의 비율은 줄었습니다. 보통이라면 나쁜 신호로 읽히는 변화인데, 인슐린 감수성이 같이 좋아졌기 때문에 저자들은 이를 건강한 비만으로 표현했습니다.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 발현을 읽는 방법으로 간을 들여다본 결과로는 면역세포인 B세포의 비율이 암수 모두에서 줄어 있었습니다.
저자들이 밝힌 한계
저자들은 12개월이 중년이지 고령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적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여든에 치료를 시작하는 상황이 아니라 마흔 몇에 시작하는 상황에 가깝고, 더 늦은 나이에 같은 일을 했을 때도 효과가 남는지는 다음 연구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암컷에서 건강 지표 개선이 잡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측정하지 않은 항목에서 이득이 있었을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이 대목은 저자들의 해석이며 측정으로 뒷받침되지는 않았습니다.
성장호르몬과 IGF-1 축을 억누르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사실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이 축이 막혀 있는 생쥐는 훨씬 더 오래 살고, 같은 연구실이 2021년에 발표한 예비 연구에서도 성체 시기 제거의 효과가 부분적으로 관찰됐습니다. 이번 연구가 더한 것은 중년에 시작해도 효과가 남는지에 대한 답이고, 그 답은 태어날 때부터 막은 경우보다 폭이 작다는 쪽이었습니다.
사람에게 옮기는 문제도 남습니다. 성장호르몬 수용체를 막는 약은 페그비소만트라는 이름으로 말단비대증 치료에 이미 쓰이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유전자를 직접 제거한 것이지 그 약을 먹인 것이 아닙니다. 약으로 신호를 부분적으로 줄이는 것과 수용체를 통째로 없애는 것은 다른 조건입니다.
이번 논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수명이 8% 늘었다는 숫자보다 시작 시점을 실험 변수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노화를 다루는 약이 사람에게 쓰인다면 대부분 중년 이후에 처방될 텐데, 지금까지 수명 연장을 보여 온 실험 상당수는 어릴 때부터 개입을 시작했습니다. 그 간극을 좁히는 데이터가 쌓여야 임상으로 넘어갈 근거가 만들어집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생쥐 한 계통에서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온 것이므로, 다른 계통과 더 늦은 시점에서 재현되기 전까지는 방향을 가리키는 자료로 두는 편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