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2026.09.11
알존 알츠하이머 알약, 3상 혈액 지표 분석 논문 공개
미국 제약사 알존이 9월 8일 먹는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 발릴트라미프로세이트(ALZ-801)의 3상과 2상 혈액 지표를 분석한 논문이 학술지 드럭스(Drugs)에 실렸다고 밝혔습니다. 이 약은 지난해 발표된 3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고, 회사는 가장 초기 단계 환자에게서 나온 결과를 근거로 다음 3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논문에 담긴 내용
알존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논문은 두 임상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하나는 알츠하이머 위험 유전자인 APOE4를 부모 양쪽에서 하나씩, 모두 두 개 물려받은 초기 환자를 78주 동안 추적한 3상 APOLLOE4입니다. 다른 하나는 APOE4를 한 개 이상 가진 환자에게 104주 동안 투약한 뒤 104주를 더 연장 관찰한 2상입니다.
3상에서 약을 먹은 환자는 위약군보다 혈중 p-tau217 수치가 26주와 52주, 78주에 모두 낮았습니다. p-tau217은 뇌에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병변이 쌓이는 정도를 반영해 혈액에 나타나는 단백질 조각으로, 피검사로 알츠하이머 진행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 환자에서는 신경세포가 손상될 때 혈액으로 새어 나오는 단백질인 신경미세섬유경쇄(NfL)도 78주에 위약군보다 낮았습니다(p=0.032).
회사는 p-tau217이 많이 줄어든 환자일수록 인지 점수와 임상 평가 점수의 악화가 덜했고 해마 위축도 적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관계수는 인지 점수 0.276, 임상 평가 0.377, 해마 위축 -0.353이었습니다. 통계에서는 상관계수 0.3 안팎을 두 값 사이에 약하거나 중간 정도의 관계가 있는 수준으로 봅니다. 안전성에서는 뇌부종(ARIA-E)이 위약군보다 늘지 않았고 증상이 나타난 사례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약이 겨냥하는 단계
발릴트라미프로세이트는 하루 두 번 265mg을 먹는 알약입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 조각이 여러 개 뭉쳐 작은 덩어리인 올리고머를 이루고, 이것이 더 커지면 플라크가 됩니다. 회사는 이 약이 단백질 조각을 감싸 올리고머가 만들어지는 단계를 막는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쓰이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같은 항체 치료제는 이미 쌓인 플라크를 주사로 걷어내는 방식입니다. 이 약들에는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고, APOE4를 두 개 가진 환자에게서 그 위험이 특히 높다는 점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고문에 들어 있습니다. 롱제비티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이 유전형 환자는 전체 알츠하이머 환자의 약 15%이고, 알존은 이 집단을 3상 대상으로 골랐습니다.
3상에서 나온 결과
3상 결과 초록에 따르면 APOLLOE4에는 325명이 참여해 163명이 약을, 162명이 위약을 받았습니다. 1차 평가변수인 인지 점수(ADAS-Cog13) 변화는 전체 환자에서 위약군과 0.50점 차이에 그쳐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습니다(p=0.61). 증상이 조금 더 진행된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수준에서 위약군 쪽이 근소하게 나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차이는 미리 정해 둔 경도인지장애 하위군에서 나왔습니다. 이 환자들의 인지 점수 악화는 위약군보다 2.14점 덜해 52% 늦춰졌고(p=0.041), 임상 평가(CDR-SB)는 0.65점 차이였지만 통계 기준을 살짝 넘지 못했습니다(p=0.053). 뇌 MRI에서는 해마 부피가 전체 환자에서 18%(p=0.017),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26%(p=0.004) 덜 줄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대부분 가벼운 메스꺼움이었습니다. 3상 전체 결과는 지난해 11월 드럭스에 먼저 실렸습니다.
한계와 반론
1차 평가변수를 놓친 임상의 하위군 결과는 해석에 제약이 따릅니다. 여러 하위군과 지표를 동시에 보면 우연히 p값이 0.05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수치는 명목상 유의한 결과로 부르고 새 임상에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논문의 혈액 지표 분석도 같은 3상 자료를 다시 나눠 본 것이고, 보도자료에는 상관 분석에 포함된 환자 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혈액 지표가 줄어든 것이 인지 기능 보존으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도 상관 분석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외부 평가도 신중합니다. 글로벌데이터의 신경과학 분석가 피파 솔터는 3상 결과가 나왔을 때 알존이 초기 알츠하이머 전체로 승인을 추진할지, 경도인지장애 환자로 대상을 좁힐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보도자료에 실린 외부 연구자의 발언은 로체스터대 앤턴 포스타인슨 교수의 것으로, 혈액 지표로 치료 효과를 추적할 수 있게 된 점을 평가하는 내용이었고 약의 효과 자체에 대한 판단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피검사가 바꾸는 임상 설계
이번 논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혈액 지표가 알츠하이머 임상 설계에 들어오는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뇌 속 병변을 확인하려면 비용이 큰 PET 촬영이나 척수액 검사가 필요했지만, p-tau217 같은 피검사로 초기 환자를 고르고 약의 효과를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규모가 작고 기간이 짧은 임상을 설계할 여지가 생기고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이 신약 승인으로 이어지려면 지표 변화와 실제 인지 기능 사이의 관계가 새 임상에서 다시 확인돼야 합니다. 알존의 다음 3상이 대상을 경도인지장애 환자로 좁히는지, 혈액 지표를 환자 선별과 효과 판정에 어떻게 쓰는지가 공개되면 이번 하위군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할 근거가 생깁니다.
글 오레놀 대덕